유현준 “만삭 아내와 9·11 테러 열흘 전 뉴욕서 이사”(알쓸별잡)[어제TV]

이하나 2023. 8. 25. 05: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이하나 기자]

유현준 건축학과 교수가 9/11 테러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다.

8월 24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에서는 영화감독 장항준, 배우 김민하, 김상욱 물리학과 교수 유현준 건축과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미국 뉴욕 여행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 됐다.

이날 방송에서 김상욱, 김민하는 프리스턴의 고등연구소의 아인슈타인의 흔적, 미국 이민자들의 역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민하는 “‘파친코’도 몇 개월 동안 캐나다에서 촬영을 했다. 저도 캐나다에서 한인 마트를 진짜 많이 찾아갔다. 그때 촬영하다 보면 뭔가 서러운 날이 있다. 집에 들어가서 된장국이라도 끓여 먹으면 공허함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더라”라며 자신이 연기한 ‘파친코’ 속 이민자 선자의 삶을 전달하면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유현준은 자신의 모교인 MIT, 하버드를 방문했다. 유현준은 계단식 구조로 모든 학생의 작업물을 볼 수 있는 하버드 건축대학 건물을 소개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을 언급했다. 이어 MIT에서는 도전과 실험정신을 높여주는 핵(HACK) 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가고 싶어 했던 장소 9/11 메모리얼&뮤지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현준은 “저는 뉴욕에 있다가 사고 열흘 전에 이사 갔다. 아내가 만삭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뉴욕에서 아이를 낳고 가라고 했었다”라며 “만약에 뉴욕에서 아이를 낳고 갔다면 피해자들이 병원에 있을 때 같이 있었을 거다. 보스턴으로 가서 아이를 낳았는데 친구한테 무너졌다고 전화를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직장 동료도 아침에 출근하는데 ‘비행기가 너무 낮게 뜨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박았다고 하더라. 주변 인물 중에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저한테는 오히려 약간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매일 보던 건물이 없어지고 꼭대기에서 밥도 먹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라고 덧붙였다.

심채경은 “뉴스를 보면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건지 실제라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았다. 어디 멀리 갔다가 돌아올 때 건물 보이면 ‘거의 집에 다 왔다’라고 생각하는 장소였다. 그게 없어지고 나니까 근처에 계신 분들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하더라도 굉장한 상실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김상욱은 당시 독일에 있을 때 여행지 호텔에서 뉴스를 보고 놀랐던 순간을 떠올렸고, 장항준도 “문구 자체가 충격이었다. 미국 심장부가 공격을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동진은 “9/11 테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이러니하다. 미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어마어마한 트라우마를 입었는데 그 씨앗은 미국인 뿌린 측면도 있다”라며 과거 CIA가 무자헤딘을 지원했던 일을 언급했다. 이어 유현준은 9/11 테러 이전 1993년 세계 무역 센터 지하 폭탄 테러가 있었다고 설명한 뒤, 9/11 테러 당시 강철로 되어 있는 건축 자재가 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강도가 약해져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9/11 메모리얼&뮤지엄에 대해 유현준은 “건축적으로는 메모리얼의 정석 같은 곳이다. 디자인을 보면 네모가 두 개 뚫려 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부재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계속 물로 채우려고 하지만 물로 채워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희생자들과) 완전히 하나 되는 느낌이고 멋있는 자연과 물, 폭포를 보면서 힐링되는 느낌도 받는다. 이 사람들은 비극조차도 거대한 나라를 하나로 모으는 이벤트로 쓰는구나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유현준은 9/11 메모리얼의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라와 인연을 공개했다. 유현준은 “큰 회사에 지원을 해서 저는 붙었고 저보다 한 달 앞서서 이 친구도 지원을 했는데 떨어졌다. 취직이 안 돼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고 어쩔 수 없이 시청에 취직해 있었다가 그때 메모리얼 공모전이 떴다. 이 사람이 1등에 당선됐는데, 이걸 뽑은 심사위원이 베트남 메모리얼에 당선된 마야 린이라는 건축가다”라며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메모리얼 박물관 내부를 둘러본 이동진은 “파크는 추상적인 느낌이 이었는데 뮤지엄에 들어갔을 때는 테러가 벌어졌을 때 실제 상황들을 고스란히 재연해 놓은 조형물이나 비디오 자료 같은 게 없더라. 9/11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하나로 단정짓지 않는 것 같다. 거기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상욱은 “전체적으로 뭔가 비어있다는 것? 미술 작품도 많이 있더라. 하나는 테이블 4분의 1 크기의 작품이 있고 하나는 4층 높이의 큰 작품, 마지막은 벽면 전체를 덮는 작품이 있었다. 저는 이 세 가지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심채경은 “추모 장소가 여전히 그 장소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있을 때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을 엉뚱한 곳에 갖다 놓는 데가 많다”라며 “맨해튼의 가장 비싼 땅 중 하나인데 더 높고 멋진 빌딩을 세울 수 있었을텐데 계속 놔두고 일상에 놔둔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 하는게 더 잊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라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캡처)

뉴스엔 이하나 bliss21@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