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투자자 눈도 ‘파월’로…ETF 물타기 계속할까
설정액은 9500억원↑…금리 인하는 기정사실
투자 기간 고려해야…잭슨홀·FOMC 변곡점
자금 상황 따라 미국 단기채·장기채 접근 고려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가 금리 상승에도 꾸준히 자금을 불리고 있다. 금리와 가격의 방향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의 특성에 따라 미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펀드 수익률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추세를 전망하는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금리 변동성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전문가들은 가격이 내린 지금이 미국채 ETF에 투자하기 매력적인 시점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금리 인하는 시점의 문제일뿐 ‘기정사실’과 같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투자 기간과 자금 상황에 따라 단기채와 장기채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상장한 미국채 ETF 9종(1개월 신규 상장 제외)의 총 설정액은 9518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1600억원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설정액 증가 상위 ETF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등 순이다.
미국채 ETF의 수익률이 대부분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엇갈린 흐름이다. 미국채 ETF 9종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7.74%로,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는 -16.14%에 이른다.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는 -12.77%,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 -12.71% 등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는 최근 4.35%를 훌쩍 뛰어넘어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재정적자 확대 속에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데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 긴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맞물렸다. 그럼에도 미국채 ETF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향후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자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투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부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장기금리가 정체 구간에 있었던 연초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 환경이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무게가 실렸다”며 “이에 장기금리가 재상승을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장기채 관련 매수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 투자 유효…투자 기간·자금 상황은 고려”
현재 투자자들은 잭슨 홀 미팅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금리의 주요 변곡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둔화하면서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을 높이는 등 변동성이 지속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3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30년물 국채금리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부진한 경제지표를 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 홀에서 톤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잦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면이라 해도 지금이 미국채에 투자하기엔 매력적이란 시점이라는데 전문가들은 뜻을 모은다. 이미 고점에 이른 금리가 향후 인하 추세로 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판단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도 미국채 신규 ETF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ETF 투자를 결정할 때 투자 기간과 금리 변동성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한 이벤트로, 현시점부터 꾸준한 분할 매수를 추천한다”며 “다만 투자 기간이 길수록 원금 회수기간(듀레이션)이 길어지고 금리 변화에 민감해, 금리가 상승할 때 채권 가격은 더 크게 하락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자금 상황에 따라 미국 단기채와 장기채 상품 접근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진 부장은 “수익 추구를 위한 장기 여유자금은 높은 금리에 따른 월 분배 수취와 금리 하락 시의 자본차익 가치를 염두에 둔 장기채 투자가 유효하다”며 “반면, 단기 운영자금은 시중 예금이나 물가 수준 대비 가치 있는 금리로 파킹해 언제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단기채 ETF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지표 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도 이어진다. 박성철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장은 “미국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등 경제적으로 안정화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요 경제 지표들 꼭 확인하고, 금리 인하가 시점을 잘 살피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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