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남성’ 서사에 가려진 여성 홈리스 그리고 ‘가방’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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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라고 하면 남성을 쉽게 떠올린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를 보면 여성 홈리스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42.1%로 남성(15.8%)보다 높은데 이에 대해 책은 노숙의 원인일 수도,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일부러 띄어쓰기 하지 않은 책의 제목은 '가방에 들어간다'와 '방에 들어간다'(주거를 찾는다) 등 중의적 의미를 담아 복잡한 상황에 놓인 여성 홈리스의 처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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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여성 홈리스 이야기
김진희·박소영·오규상·이재임·최현숙·홍수경·홍혜은 지음,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기획 l 후마니타스 l 1만6000원
노숙인이라고 하면 남성을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성’ 홈리스는 지금도 주변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홈리스로서도 대접을 받지 못할 뿐이다. 책은 지금까지 사회가 한 번도 귀담아듣지 않으려 한 여성 홈리스의 ‘말’에 온전히 집중했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2021년 봄부터 2년여간 만나온 여성 홈리스 7인의 이야기를 구술 또는 에세이 형식 등으로 풀어냈다.
실직을 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남성들의 익숙한 서사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가난하고 성난 여성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거칠고, 때론 종잡을 수 없고, 군데군데 빈틈이 있다. 이러한 ‘불친절’은 오히려 우리 사회 최하층에 있는 이들이 겪는 빈곤, 차별, 억압, 성착취 등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장점이 된다.
여성들은 홈리스 이전부터 가난하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서, 남편의 착취에 시달려서, 장애를 가져서…. 홈리스가 돼도 마찬가지다. 무료급식소에 밥 먹으러 가면 남성 홈리스는 같은 처지임에도 “식당 가서 일하고 밥을 먹지”라며 여성 홈리스를 구박하고 몰아낸다. 광장이나 지하도는 성폭력 위험에 수시로 노출된다. 결국 여성 홈리스는 공원 화장실, 찜질방 등을 전전하거나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의 시설로 끌려간다. 처지가 나은 남성에 기대어 숨통을 틔워보려 하지만 성폭력과 금전적 착취, 돌봄 노동에 시달린다. 여성 홈리스들이 늘 불안에 떨거나 또는 화가 난 상태로 주변과 좌충우돌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를 보면 여성 홈리스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42.1%로 남성(15.8%)보다 높은데 이에 대해 책은 노숙의 원인일 수도,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여성 홈리스를 대표하는 특징은 가방이다. “언제 필요할지 몰라” “버릴 수 없어서” 등의 이유로 많은 여성 홈리스는 짐이 가득 담긴 여러 개의 가방과 비닐봉지를 갖고 노숙을 한다. 일부러 띄어쓰기 하지 않은 책의 제목은 ‘가방에 들어간다’와 ‘방에 들어간다’(주거를 찾는다) 등 중의적 의미를 담아 복잡한 상황에 놓인 여성 홈리스의 처지를 드러낸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여성 홈리스들은 홈리스 지원단체 활동을 하거나 야학 수업을 듣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간다. 이들의 삶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거다. 여성 홈리스 서가숙씨는 “주거는 의사고 힐링”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부와 사회를 향해 숨어 있는(보이지 않는) 여성 홈리스를 찾아 다시 설 수 있도록 지지대가 돼 달라고 부탁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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