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플라시보 당신

한겨레 2023. 8. 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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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저녁이 어두워서 분홍과 연두를 착오하고
외롭다는 걸 괴롭다고 잘못 적었습니다 그깟
시 몇 편 읽느라 약이 는다고 고백 뒤에도
여전히 알알의 고백이 남는다고 어두워서 당신은
스위치를 더듬듯 다시 아픈 위를 쓰다듬고,
당신을 가졌다고도 잃었다고도 말 못하겠는 건
지는 꽃들의 미필이라고 색색의 어지럼들이
저녁 속으로 문병 다녀갑니다 한발 다가서면
또 한발 도망간다던 당신 걱정처럼 참 새카맣게
저녁은 어두워지고 뒤를 따라 어두워진 우리가
나와 당신을 조금씩 착오할 때 세상에는

-천서봉의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문학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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