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각자도생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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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시냐'는 인사도 이제 옛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엔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위기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농업의 가장 큰 후방산업 가운데 하나인 농기계업계에서도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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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시냐’는 인사도 이제 옛말이다. 벌건 대낮,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에서 칼부림이 일어나고 무동기 범죄를 예고하는 글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갑옷처럼 생긴 ‘호신용 티셔츠’가 유행했다. “우리도 이거 사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지인의 물음이 농인지 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그 티셔츠 가격을 보고도 ‘정말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나를 지킬 수단을 마련해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긴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엔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위기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농업의 가장 큰 후방산업 가운데 하나인 농기계업계에서도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 상반기 유례없는 매출 감소로 업계 곳곳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와 업체의 어려움을 대변해야 할 단체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형업체·중소업체 가릴 것 없이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생산 중단과 경영위기를 맞았지만 오롯이 업체 각자가 짊어져야 하는 몫이었다.
고군분투하던 이들을 더욱 화나게 한 건 마땅히 손을 내밀었어야 할 이들의 태도다. 관세청은 5월말 ‘2022년 농업용 트랙터 수출이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업체에선 당장 “수출 아니면 먹고살 길이 없어 사력을 다해 해외영업을 한 결과인데, 정부에선 지원도 하나 해주지 않았으면서 마치 본인들 성과인 것처럼 포장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뿐 아니다. 집중호우로 농촌의 수해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자 정부에선 국내 주요 농기계업체를 불러 ‘침수 농기계 수리 지원 대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가 피해를 돕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국내시장을 잠식 중인 외국계 업체엔 아무런 의무와 책임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국내 업체에만 대책을 마련하란 건 불공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기계 구입 지원 한도 상향’을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는 보도가 나가자 농기계조합에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말을 한 데가 대체 어디냐”며 따져 물었다.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종합해 정부에 전달하기보단 오히려 정부를 대신해 범인 색출에 나선 모양새다.
개인이 호신용 티셔츠를 구매한다 해도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방검복은 결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이다. 농기계업계에도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위한 안전망이 마련되길 고대한다.
김다정 산업부 차장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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