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업유산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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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나라가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지정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농촌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된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 국가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한다.
지금까지 농업유산을 발굴해 지정하는 활동에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지정된 농업유산을 보전·관리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게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농업유산이 지속가능하게 보전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우리 사회가 나누어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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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나라가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지정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2013년 전남 완도의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을 시작으로 2022년 충남 서천 한산모시 전통농업까지 지난 10년 동안 총 18개를 지정했다.
농촌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된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 국가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한다. 역사성과 지속성을 가진 농업활동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며 그 생산물이 지역주민의 생계 유지에 도움을 주는지 ▲고유의 농업기술 또는 농업활동과 연계된 전통 농업문화가 이어지는지 ▲농업활동과 관련해 특별한 경관을 형성하고 생물다양성의 보존 및 증진에 기여하는지 ▲지역주민은 이런 농업자원을 아끼고 가꾸는지 두루 검토한 뒤 그 내용이 국가 대표급이면 지정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의 농업활동으로 만들어진 전통적 토지이용시스템 속에는 생물 다양성과 자연자원의 보존에 기여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줄여 식량안보와 빈곤 완화에 기여할 지혜가 담겨 있다. 그래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02년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제도를 시작했다. 그 결과 전세계 24개 나라에서 74개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이 등재됐다. 우리나라도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 경남 하동 전통 차농업, 충남 금산 인삼농업, 전남 담양 대나무 밭농업을 등재했다.
농업유산 제도는 지난 10년 사이 큰 발전을 이뤘다. 제도 홍보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에게 낯설게 비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농업유산이 한단계 진화한 정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두가지 사안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유산은 매년 새롭게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농업유산을 발굴해 지정하는 활동에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지정된 농업유산을 보전·관리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게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동적 유산이라는 특징을 지녔다. 지역주민이 농업활동을 유지하고 생계에 도움을 받을 때 농업유산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을 FAO에서는 동적 보전(Dynamic Conservation)이라 부른다. 동적이라는 속성 때문에 농업유산은 여타 문화유산과 구별되며, 그 특성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농업유산 동적 보전 관리의 세심한 정책이 요구된다.
둘째, 대부분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고 그 편익은 사회 전체에 미쳐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연결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농업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데 많은 수고와 노력이 요구된다. 때에 따라서는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이 수반된다. 대부분은 이런 부담을 해당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 현실이다.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당 유산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농업유산 소유자가 농업 여건 변화에 직면해 ‘농업유산을 보전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보전하는 데 따른 이익이 다른 용도로 전환했을 때보다 큰 제도적 환경을 갖춰야 한다. 농업유산이 지속가능하게 보전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우리 사회가 나누어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업유산 직불제’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 이 땅에서 오랜 시간 지속된 우리 농업의 전통과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보전돼 후손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유직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농업유산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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