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삶, 익는 삶] 기후 위기 심화, 식량안보 화두로…난제 해결 열쇠는 ‘농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머나먼 땅,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식량문제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친 식물유전육종학자 한상기 박사(90)가 자신의 곡절 깊은 삶을 정리해 책 '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를 펴냈다.
식량안보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한 박사에게 작물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일평생 농업에 투신한 망백(望百)의 학자가 전하는 삶이 오늘날 더욱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서 23년 연구한 학자
카사바 개량 등 기근 해소 온힘
풍족한 먹거리 지속 장담 못해
새로운 환경에 맞춘 작물 필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농업이다. 머나먼 땅,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식량문제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친 식물유전육종학자 한상기 박사(90)가 자신의 곡절 깊은 삶을 정리해 책 ‘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를 펴냈다.
“가난한 이웃들이 배부르게 살 방법이 없을까?”
한 박사는 국내 1세대 식물유전육종학자다. 땅은 척박하고 종자는 변변찮은 곤궁한 시절, 누구나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찾고자 서울대학교 농학과에 진학했다. 이어 동 대학원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잡초를 학문적으로 연구했다. 서울대 교수로 명성을 쌓던 한 박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연구직을 제안받지만 끝내 거절하고 1971년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로 갔다.
당시 아프리카 상황은 처참했다. 주식이던 뿌리작물 ‘카사바’가 병해를 입어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전역이 기근에 허덕였다. 그 소식을 들은 한 박사는 “식량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한다. 오로지 농업 발전을 고민한 학자다운 선택이었다.
이후 23년간 아프리카에 머물며 카사바 외에 얌(마의 일종)·고구마 같은 덩이뿌리식물과 식용 바나나 등을 연구했고 그가 개량한 품종은 아프리카 곳곳에 보급됐다. 특히 카사바 신품종은 지난 50년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저항성을 유지하며 지금도 굳건히 주식 작물로 재배되고 있다. 이같은 업적 덕분에 한 박사는 영국 생물학술원에서 한국인 최초로 펠로우상을 수상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명예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이키레읍에선 ‘농민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고 추장으로 추대돼 대관식을 치른 일도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농업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쏟으며 아프리카에서 ‘한국인 슈바이처’로 불리던 한 박사의 이야기는 오늘날 그저 따뜻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수한 종자·작물을 개량했지만 여전히 식량안보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작물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극심한 호우와 가뭄이 반복되고 병해충이 크게 늘면서 농업 생산성은 점차 낮아진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져 전세계 식량안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언제까지 이런 배부름의 풍요가 대한민국 혹은 전세계에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한 박사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춘 종자 개량이 시급한 상황이다.
식량안보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한 박사에게 작물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한 박사는 “급격한 기후 변화 탓에 작물 생산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작물 연구를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농업은 인류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일평생 농업에 투신한 망백(望百)의 학자가 전하는 삶이 오늘날 더욱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