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의존하더니…농어촌상생기금 위축
경영 효율화 이유 출연액 ↓
민간기업 참여 활성화 필요
올해로 도입 7년차를 맞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의 출연금이 지난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익을 보는 재계의 외면 아래 그동안 조성액의 과반을 담당했던 공공기관들마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출연금을 줄였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출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상생기금 출연금은 지난해 354억원으로 전년의 455억원과 견줘 1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출연기관별로 보면 공공기관 출연금의 감소폭이 컸다. 공공기관 출연금액은 2021년 257억원에서 2022년 164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민간기업 출연금도 197억원에서 188억원으로 9억원가량 감소했다.
상생기금은 2015년 한·중 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농업분야 피해대책으로 제시된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2017년 공식 출범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매년 1000억원, 10년간 1조원 조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공공기관 출연금이 저조한 이유는 한국전력공사 및 발전 5개사(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의 출연금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과 발전 5개사의 상생기금 출연금은 2021년 158억5000만원에서 2022년 75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이들 6개 공공기관의 상생기금 출연금이 100억원대 이하로 떨어진 건 2022년이 처음이다. 2021년 50억원을 상생기금 출연금으로 내놓은 한전은 지난해에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한국서부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 4개사 역시 상생기금 출연금을 각각 2021년 25억원에서 2022년 15억원으로 일제히 줄였다.
문제는 상생기금이 도입 초기부터 출연금 대부분을 공공기관에 기대온 탓에 공공기관의 출연금이 줄면 상생기금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상생기금 전체 출연액 가운데 공공기관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생기금 도입 첫해인 2017년에는 무려 98.9%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19년 77.6%, 2021년 56.5%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민간기업 출연액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생기금에 대한 재계의 무관심 속에 공공기관 팔 비틀기마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기업의 ‘자발적 기부’에만 기대는 상생기금이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부터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017∼2022년 6년간 상생기금 조성금액은 1952억원으로 목표(6000억원)의 33%에 그쳤다.
한·중 FTA 비준을 앞둔 당시 농업계가 바란 것은 농업분야의 피해 보전에 쓸 재원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무역이득공유제였다. 무역이득공유제는 FTA 수혜산업에 목적세를 부과하거나 법인세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하는 등 이익 일부를 강제로 환수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은 무산됐다.
이에 상생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물론 한·칠레 FTA,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협상 등 우리 농업에 불리한 무역협정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기금 활성화의 필요성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명헌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이 다른 형태의 기부보다 상생기금 출연을 더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연구기관이 FTA 체결에 따른 농업분야 사후영향평가를 현행보다 더 강화해 FTA 체결로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고 민간기업이 책임감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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