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부활' 백지화?…대통령실과 교감 없었다[통실톡톡]
대통령실 "공감대 없었다, 설익은 감 있어"…부활→검토 톤 조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의무경찰(의경) 부활은 충분한 설계 없이 설익은 감이 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의경 부활' 검토 방침을 밝힌 후 대통령실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정부는 이틀 전 "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루 만에 "필요할 경우 검토"로 입장을 사실상 번복했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23일 최근 잇따르는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 대응을 위한 경찰의 치안 역량 강화 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의경 재도입'은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이나 조율을 거치지 않고 발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갖고 최근 잇달아 발생한 흉악범죄 예방을 위해 "범죄 유형에 맞춰 경찰력을 거점배치하는 등 치안력을 한층 강화하고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속대응팀 경력 3500여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투입되는 인력 4000여명 등 총 7500~8000명의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할 것"이라며 "대략 7~9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구체적 시점과 규모까지 언급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 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치안 역량 강화를 포함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직후 경찰력을 총동원한 초강경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튿날인 24일 "치안 활동 강화를 위한 경찰 인력배치 조정을 먼저 진행한 후에 필요시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정부가 자구책 없이 '의경 부활 카드'부터 꺼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발표 하루 만에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총리실이 "현 경찰 인력배치를 대폭 조정하여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경찰의 최우선 업무를 치안 활동에 주력토록 할 계획"이라며 기존 경찰 인력 재배치 방침을 강조한 점도 병역 자원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수정안'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설익은 대책' 발표로 정부 불신을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병력 자원 감소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경 제도를 폐지 4개월 만에 재도입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정책적 설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군 병력을 끌어다 쓴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경 부활 방침을) 총리의 담화문 발표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대통령실과) 공감대가 있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관계 부처와 검토해서 대책 발표를 할 수는 있지만 (의경 부활은) 충분한 정책 설계 없이 설익은 감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의경을 재도입해서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젊은 남성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한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며 "병역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경이 부활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군 병력은 2018년 50만명대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48명으로 더 줄었다. KIDA는 징집 연령인 만 20세 인구가 오는 2037년 약 18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경 제도가 부활하면 가뜩이나 태부족한 군 병력이 더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은 의경 제도 부활을 '검토 가능한 옵션(선택사항)' 중 하나로 톤 다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경 재도입은) 완결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아니라 검토를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군 병력 자원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사안을 놓고 실무적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 입장은 처음부터 (의경 재도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포함해서, 언론 등 다양한 의견까지 모두 수렴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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