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책 없는 식량·물 대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식량·물 분야에서 기후변화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과거 정보를 토대로 주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관계기관에서 수급을 다시 예측해보니 농지·식량공급망·농업용수 등 농정의 적잖은 부분에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단기적 가격 위기에만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 곡물수급 위기에 대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거자료로만 쌀 목표치 산출
농촌용수·가뭄재해 관련사업
미래강수량 예측 등 고려안해
정부가 식량·물 분야에서 기후변화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과거 정보를 토대로 주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관계기관에서 수급을 다시 예측해보니 농지·식량공급망·농업용수 등 농정의 적잖은 부분에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은 22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Ⅰ’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로 쌀 생산 감소 예상…과거 생산량 기준으로 적정 재배목표 설정=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 식량주권 확보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국민 밥상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감사원은 농식품부가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쌀 생산성만을 토대로 목표 재배면적을 설정했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수립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10α당 쌀 생산량을 526㎏으로 전제했다. 이를 토대로 2027년 쌀 자급률 98%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 재배면적은 68만㏊로 잡혔다.
반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감사원의 모의실험 결과 10α당 쌀 생산량은 2020년 457㎏에서 2060년 366㎏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반영할 경우 2027년 필요한 경작지 규모는 78만2000㏊로 산출된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의 목표 재배면적이 과소계상됐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상향 검토를 요구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의 해외 공급망 확보 대책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한 2035∼2036년 국제 식량 생산량은 기후변화가 없을 경우에 견줘 밀 9.3%, 콩 30.0%, 옥수수 5.1%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국 곡물 생산 감소로 우리나라의 수입 여력도 감소해 식량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단기적 가격 위기에만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 곡물수급 위기에 대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농식품부가 곡물 수급 위기에 대비해 추진 중인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은 도입 가능 물량이 확보 가능하다고 판단한 물량의 0.5%에 불과해 ‘맹탕 정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 가뭄 위험요인 고려하지 않고 농촌용수개발사업 대상 선정=농식품부의 농촌용수개발사업과 행정안전부의 상습가뭄재해지구 지정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상수나 다름없는 기후변화 상황을 주요 변수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감사원의 모의실험 결과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112개 지역 중 54개(48.2%) 지역이 최근 10년간 농촌용수개발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54개 지역 중 농업용수 부족량이 큰 경기 화성, 강원 횡성, 경북 청도, 경남 하동 등 4곳은 농촌용수개발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감사원은 권고했다.
행안부도 과거의 가뭄 이력만 고려해 상습가뭄재해지구를 지정한 탓에, 미래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112개 지역 중 96곳이 재해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중 경기 이천·용인·연천에 저수지 신설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환경부가 2021년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1966∼2018년의 하천 흐름 양상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물 수급을 예측한 점도 개선을 요구받았다. 환경부는 당시 계획에서 지난 52년간 최대 물 부족량이 연간 2억5600만㎥였기 때문에, 2031∼2100년 국내 최대 물 부족량도 동일한 수준일 것으로 전제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미래 강수량을 예측해 계산한 결과 이 기간 물 부족량은 연간 5억8000만∼6억2600만㎥로 환경부 예상치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