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어치 쟁이러 왔다" 오염수 방류 날, 수산물시장의 '슬픈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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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산물 100만 원어치 사서 쟁여두려고 연차까지 쓰고 왔어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직장인 채모(52)씨는 장바구니를 들고 딸과 함께 종이에 적어온 목록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날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수산물을 미리 사두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송씨는 "국산이라고 원산지 표시를 해도 방류가 시작되니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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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앞으로 매출 끊길까 걱정"
"오늘 수산물 100만 원어치 사서 쟁여두려고 연차까지 쓰고 왔어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직장인 채모(52)씨는 장바구니를 들고 딸과 함께 종이에 적어온 목록을 점검하고 있었다. 고등어 40마리, 전복 50개, 타이거새우 40마리 등 종이에는 이날 사야 할 수산물 종류가 빼곡히 쓰여 있었다. 이들은 1시간 동안 시장에서 차로 3번이나 오가며 생선을 실어 날랐다. 채씨는 "냉장고도 싹 비우고 왔다"며 "앞으로 나올 해산물은 오염됐을 수 있으니 쟁여놓고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수산물을 미리 사두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온라인 판매량도 급증했다.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 시점에서 반짝 늘어난 소비가 앞으로의 긴 보릿고개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마지막 기회" 수산물 판매 급증
수산시장 손님들은 방류를 앞두고 구매에 한창이었다. 임모(73)씨는 새우젓, 민어, 다시마 등 20만 원어치 수산물이 꽉 찬 장바구니를 낑낑대며 끌고 가고 있었다. 임씨는 "생선은 다 얼려놓을 거고, 집에 남은 젓갈도 일부러 더 쟁여뒀다"며 "손주들 반찬도 직접 해 먹이는데 오염된 건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5만 원어치 생선을 사 택배로 부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마지막 만찬을 즐기겠다"며 회나 해산물을 먹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규백(54)씨는 "막차 타야겠다는 생각에 꽃게랑 새우를 6만 원어치 사서 탕을 끓여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수산물 사재기는 온라인에서도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전주 대비 해산물 판매량은 61% 올랐다. 다시마와 김·해조류는 각각 97%, 95%나 늘었다. 생선도 절반(51%) 넘게 많이 팔렸다. 강모(65)씨는 "이날 방류를 한다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평소보다 2배 정도 많이 샀다"고 말했다.
상인들 "앞으로 뚝 끊길까 걱정"
상인들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방류가 시작되고부터는 손님이 뚝 끊길 것 같아서다. 10년간 문어 등 해산물을 팔고 있는 윤모(50)씨는 "오늘은 주말만큼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이것도 하루 반짝일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시장 2층에서 방류 소식을 TV로 지켜보던 식당 주인 송모(66)씨는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송씨는 "방류를 발표한 올해 초부터는 회 먹는 손님이 거의 전무했다가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었다"며 "오늘 20명 정도 예약이 있는데 앞으로는 이것도 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노량진역 1호선 9번출구를 나서자마자 '우리 수산물 안전 이상 없다, 안심하고 소비합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시장 곳곳에 설치된 TV에는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는 동영상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걸론 역부족이라는 걸 상인들은 알고 있다. 송씨는 "국산이라고 원산지 표시를 해도 방류가 시작되니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1층 곳곳에는 매대에 천이 덮인 채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도 보였다. 30년간 노량진에서 생선을 판 유모(54)씨는 "식약처도, 시장도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지만 70%가량 줄어든 매출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며 "비수기도 겹치고 손님이 너무 없어 3주간 쉬고 나왔는데 물건이 안 팔려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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