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마졸레니’ 등… 미리 보는 ‘프리즈 서울 마스터스’ 걸작들
②입체파: 피카소 ‘예술가와 모델’
③-①모더니즘: 루치아노 폰타나 ‘마졸레니’
③-②표현주의: 헬렌 프랑켄탈러 ‘무제’
세계적 아트페어(미술시장)인 ‘프리즈’가 국내에 상륙하며 첫선을 보인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마스터스 섹션. 올해도 마스터스 섹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9월 6일부터 열리는 올해 마스터스 섹션 출품작에는 이탈리아 화가 루치오 폰타나(1899~1968)의 100억 원대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이 포함됐다.
마스터스 섹션은 세계 유수의 현대미술 작품 중심인 프리즈 서울 일반 출품작과는 차별성이 있다. 고미술에서부터 근대미술, 20세기 미술까지 미술사의 변천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수집가가 아닌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 마스터스 섹션은 미술관처럼 눈호강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터인 셈이다. 미리 본 마스터스 섹션은 추상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현대미술사의 장이기도 했다.
마스터스 섹션 대표작인 프랑스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습작(생 빅투아르 산이 있는 엑상 프로방스 풍경)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수없이 산과 사과를 그렸던 현대미술의 아버지 격인 세잔의 고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세잔은 자연을 기존의 세밀한 방식이 아닌 단순화한 형태로 표현하며 내적 생명의 묘사를 추구, 추상화의 물꼬를 튼 작가다. 세잔의 생 빅투아르 산 완성작은 60억 원 상당에 거래된 적도 있다.
천재 화가로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그림 ‘예술가와 모델(Artist and Model)’은 추상미술을 혁신한 표현 양식인 입체파(주의) 작품이다. 입체파는 공간과 사물을 해체해 표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 그림은 피카소가 1970년 6월 30일 같은 주제로 그린 두 점 가운데 하나다. 당시 89세의 고령이었던 피카소의 제도 실력을 입증하는 작품이란 평가다. 피카소는 다작을 했지만 그의 작품은 이 같은 소품이라도 10억 원 안팎에 거래된다.
이 섹션에는 입체파의 계보를 잇는 모더니즘과 표현주의 작품도 나란히 출품된다. 이탈리아 화가 루치오 폰타나의 ‘마졸레니(Mazzoleni)’는 붉은색 캔버스의 한가운데를 세로로 칼자국을 낸 것이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통일에 기초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킨다는 ‘공간주의’을 주창하며 관념적 모더니즘을 이끌었다. 기존 예술미학을 타파한 그의 작품 ‘마졸레니’는 지난 2008년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00억 원 상당에 낙찰되기도 했다.
미국 화가 헬렌 프랑켄탈러(1928~2011)의 ‘무제’(1994)는 입체파 이후 나타난 현대미술의 또 다른 갈래인 추상표현주의 작품이다. 추상표현주의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전개된 미술사조로 형태에서 벗어나 역동성을 추구하며 작가의 감정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예술사조다. 잭슨 플록(1912~1956)의 ‘액션 페인팅’도 추상표현주의다.
고가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된다.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조각 연작 ‘게이징 볼’ 가운데 하나인 'Centaur and Lapith Maiden'(2013)이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 ‘풍선개’는 2013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생존 작가 미술품으로는 최고가인 5,800만 달러(약 600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아브라함 앞에 나타난 천사들’ 프레스코화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거장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1696~1770)의 스케치도 들어온다.
마스터스 섹션에는 고미술품도 다수 전시된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포괄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1663년 프랑스 루이 14세의 궁중 보석상인 질 레가레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크 양식의 에메랄드 반지가 출품되는데, 이 반지는 1억6,000만 원 상당에 거래된 바 있다. 1836년 제작된 조선 행정지도 필사본인 ‘동국여지도’는 독도를 조선의 관할구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1452~1508)가 조카 비앙카 마리아에게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 (1459-1519)와의 결혼 선물로 준 기도서 필사본도 있다.
송주영 미술교육자는 “이번 프리즈 서울 마스터스 섹션 출품작은 추상미술로 시작해 분화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며 “미술품 수집가가 아닌 애호가나 일반 관람객이라면 미술사 공부에 적합한 섹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트페어의 본질은 미술품을 판매하는 상업 행사다. 때문에 페어 참여 갤러리들은 미술품이 이미 팔렸다는 이유로, 혹은 안 팔린다는 이유로 출품작을 수시로 바꿔 내걸기도 한다. 작품이 판매되면 출품작을 일반인들은 바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미술관 전시처럼 전시기획의 일관성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이번 마스터스 섹션 출품작 전체가 일정한 맥락을 띠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트 페어의 속성은 미술장터이기 때문에 미술관 기획전 같은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올해 마스터스 섹션의 기획 의도에 대해 프리즈 마스터스 디렉터 네이슨 클레멘-질리스피는 “역사적인 작품에 열광적 반응에 힘입어 전시작의 다양성을 넓히고 싶었다”며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주요 예술가들의 작품을 준비했으며, 해외 관람객이 한국 미술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 갤러리를 더 많이 유치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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