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비극 ‘역사 속 잠든 자이니치' [Weekend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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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풍파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를 잃고 타지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파친코), 재난이 불러일으킨 공포와 분노를 온몸으로 맞닥뜨린 사람들의 목소리(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역사라는 바다에 선명한 물결을 만든다.
'파친코'와 '말없는 자들의 목소리' 모두 '역사를 관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라는 점에서 각 시대와 문화를 생생히 재현하며 약하고 힘 없는 이들의 위대한 여정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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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의 연속인 파란만장한 가족사
관동대지진 학살 아픔 되살린 SF소설
사라진 이야기 쫓아 100년 전 그날로
역사라는 풍파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를 잃고 타지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파친코), 재난이 불러일으킨 공포와 분노를 온몸으로 맞닥뜨린 사람들의 목소리(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역사라는 바다에 선명한 물결을 만든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재일 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며 출간 즉시 미국 사회에 큰 방향을 일으켰다. 주인공 선자를 둘러싼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방, 한국전쟁,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와 겹쳐지며, 역사 속에 잠들어 있던 '자이니치'(재일 한국인)의 삶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이 책을 쓴 이민진 작가는 일곱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이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자이니치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작가는 "역사가 함부로 제쳐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일본계 미국인 남편과 함께 일본에 머물면서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그렇게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다.
작가는 책 제목인 '파친코'가 "도박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뜻함과 동시에,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한 타향에서 생존을 유일한 수단으로서 파친코 사업을 선택해야 했던 재일 조선인들의 비극적 삶을 상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이니치라는 이민자의 삶에서 시작한 소설은 가족, 사랑, 상실, 돈과 같은 인생의 전반을 다루면서, 세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힘을 증명하며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무덤이 되어버린 세상을 통과해 앞으로 나아갔다."
올해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를 맞았지만 이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는 이들은 여전히 적다. 2023년 광복절, SF소설가 황모과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100년 전의 이야기를 타임슬립 역사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로 선보였다.
작가는 지난해 1990년 백말띠 여아 선별 낙태 사건을 소재로 SF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로 큰 주목을 받으며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1923년 관동대지진 시기에 혼란에 빠진 사회를 수습하고자 조선인과 중국인 등 식민지 노동자를 무참히 학살한 사건을 SF로 소설화한다.
직접 일본에서 체류하며 유가족 및 시민사회 활동가 십수명을 인터뷰했고, 과거 학살 현장 및 추모비 등을 면밀히 취재해 당시 정황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이 소설은 유례 없는 재난의 공포가 불러온 비틀린 분노와 평범한 악의 민낯을 그려내며, 민간과 국가의 합작으로 이뤄낸 시스템적 학살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역사적 사건을 체험하고 과거의 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싱크로놀로지'라는 기술을 통해 당시를 조사하러 간 한국인 청년 민호와 일본인 청년 다카야가 당시의 인물들을 관찰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은 지진이 일어난 9월 1일부터 사흘간 이곳에 머물러야 하지만 과거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민호와 이를 방관하는 다카야의 오판으로 인해 형벌처럼 과거를 반복 체험하게 된다.
'파친코'와 '말없는 자들의 목소리' 모두 '역사를 관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라는 점에서 각 시대와 문화를 생생히 재현하며 약하고 힘 없는 이들의 위대한 여정에 주목한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도 결국 최선을 다하는 개인들이 이루어간다는 것을 알아가며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해보게 하는 것이 위대한 문학일 것이다.
조용환 윌라 마케팅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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