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선 넘는 집값과 가계 부채, 부동산 연착륙 지원 중단 검토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 급팽창을 가져오고 있다며 “부동산 연(軟)착륙 지원 정책을 환수할 때”라고 했다. 집값이 너무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고 완만하게 안정되도록 유도하는 연착륙 정책의 축소·중단을 권고 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금 젊은 세대가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산다면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집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빚을 내 아파트를 사는 ‘영끌족’을 향해 경고한 것이다.
이 총재의 우려대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의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 후 1년여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값은 최근 14주 연속 오름세를 계속하고 있다. 25구 전체에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전 고점의 87% 수준까지 올랐다. 비수도권 아파트 값도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문재인 정부 5년간 99% 오르고, 작년에 22% 하락했는데 올 들어 그 하락분을 메우고 원래의 높은 가격으로 회귀하고 있다.
그러자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올해 1분기 4조5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4조원이나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31조원으로, 역대 최고로 불어났다. 1031조원은 실로 가공할 규모다. 특히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 3건 중 1건은 30대 이하가 계약했다. 집값 급등 기회를 놓칠까 봐 조바심이 난 젊은 층이 앞다퉈 ‘영끌 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침체 국면이던 집값 흐름이 바뀐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다. 정부로선 부동산 가격 급락이 가져올 경제, 사회적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연착륙 지원책의 부작용이 도를 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집을 ‘사는 곳’이 아니라 주식 투자처럼 여기고 있다. 세계 최악의 가계 부채도 거의 대부분 아파트 사려고 빌린 부채다. 이러다 아파트 부채 망국론이 나올 지경이다. 지금의 집값도 청년 세대와 무주택 서민들로선 엄두도 못 낼 만큼 높은 수준이다.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하고, 투기적 발상 자체가 없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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