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지속가능한 ‘캠프 데이비드’를 위하여
내년 후년뿐만 아니라 ‘한미일’ 협력체 영원하려면 “국익에 도움” 입증해야
윤석열·바이든의 과제는 ‘대못 박기’ 아니라 ‘선거 승리’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의 스킨십은 끈끈했다. 한·미·일 핵심 인사들이 좁은 테이블에 빽빽하게 둘러앉아 호박 소스에 비벼낸 만두 격인 스쿼시 라비올리를 함께 먹은 장면이 그 상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으로 상징되는 한미 스킨십, 셔틀 외교 부활의 한일 스킨십이 먼저 있었기에 이런 장면 연출이 가능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의 의미가 워낙에 강렬하기 때문에 화려한 의전이나 미사여구의 포장이 불필요했을 것이다.
이 회담의 외교안보적, 전략적 측면은 바로 사흘 전 이 지면에서 충실히 다뤄졌다. 정치적 측면의 과제가 외교와 안보 측면의 그것만큼이나 무겁고 어렵다는 점을 이제 좀 더 자세히 말해볼까 싶다.
지난 18일,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첫 3국 단독 회의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연례 정상회담에 합의해서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우리는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만도 아니라 영원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와서 내년 한·미·일 정상회의는 서울에서 열었으면 하는 뜻을 내비쳤다. 총선 이전이니 이후니 하는 이야기가 벌써 들린다. 내년엔 이 회의가 문제 없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5년에도 열릴까? 모를 일이다.
내년 11월 진행되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이 회의체는 사라지거나 성격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는 이미 트럼프를 한 번 겪었다. 그는 비민주적 권위주의·전체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대결에도, 나토와 우크라이나에도, 한미동맹의 역사성과 전략적 의미에도, 한일 관계에도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바이든의 모든 레거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앞세운 결속을 부정하면서 1기 때보다 더 매운 맛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미국 국민의 절반 가까이 되는 사람들은 그래서 트럼프를 좋아한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이 지점이 최대의 위협이기도 하지만 무기기도 하다. 인플레이션 방지법이나 노골적인 국익 추구에 대해 동맹국들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면 ‘어쩔 수 없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 알지 않냐? 그러니 재선 성공할 때까지만 참아다오’라고 대답하는 형국이다.
만일 2027년 한국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소속 누군가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한·미·일 정상회의라는 형식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유럽의 NATO에 상응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체, 중국의 패권 추구에 명확히 맞서는 자유민주 진영 연합 체제에서 발을 빼려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권이 재창출되더라도 전임자와 차별화를 하기 마련인데 정권이 교체되면 전방위적 청산 작업이 진행되지 않겠나?
그렇다고 해도 한미 관계가 완전히 파탄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진보적 성향을 지닌 문재인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의 호흡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돈과 이벤트 앞에서만 양보가 없을 뿐 나머지는 무심한 트럼프와 크게 부딪힐 일이 없었다. 험한 입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자신이 요구할 것도 많고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능력도 갖춘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을 대체로 환영했고 좋은 말도 많이 해줬다. 김정은에게 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리나라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신세질 게 아무것도 없는 나라다.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말려들어가야 하나” 같은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은 트럼프 진영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우려 때문에 앞으로 한·미·일 협력체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미국과 한국에서 많이 나올 것이다. 직설적 정치 언어로 바꾸면 ‘대못 박기’다. 과거의 여러 정부들도 이런 저런 대못을 박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한·미·일 협력체의 영속성을 높이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미·일 협력 강화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 대선에선 여야 후보가 서로 “내가 더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 내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경쟁하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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