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訪韓 벤츠 회장 “한국 전기차 산업에 역할 더 할것”
독일의 대표 고급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의 회장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벤츠는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든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2030년부터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올라 셸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전기차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꺼내 들었다. 그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커지고 자동차의 디지털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재 자동차 산업에는 근본적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를 처음 발명한 벤츠는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로 이런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한국에서도 전기차 충전 사업 등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벤츠는 세계 곳곳에 자체 개발한 고속 충전소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HPC)’ 1만개를 구축 중이다. 벤츠 판매 대리점과 인구 밀집 지역, 도심 주요 편의 시설 등이 대상이다. 한국에도 이르면 연말부터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 시점과 규모는 추후 공개된다.
벤츠 회장이 10년 만에 방한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전기차 전략을 강조한 것은 지난해 벤츠가 한국에서 잇따른 판매 기록을 세우며 한국 시장 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 내 벤츠 판매량은 8만976대였다. 영국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 독일 다음으로 넷째로 큰 시장이 됐다. 벤츠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중 하나인 E클래스는 지난해 한국이 세계 판매 1위였다. 벤츠가 세계시장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는 만큼 핵심 시장인 한국에도 공을 들이는 것이다.
다만 셸레니우스 회장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은 키보드가 달린 휴대전화였던 블랙베리가 터치만 하면 되는 아이폰으로 빠르게 바뀐 것처럼 급격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전기차 전환은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제도와 인프라가 모두 바뀌어야 하는 거대한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2030년까지 자동차 산업이 꾸준히 변화를 겪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셸레니우스 회장은 앞으로 한국 기업들과 더욱 탄탄한 협력 관계를 맺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이미 벤츠 협력사 수백곳이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드는 모든 차에는 (배터리나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등) 한국의 일부분이 이미 들어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날 서울 마곡동 LG디스플레이 연구동을 방문해 권봉석 ㈜LG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과 앞으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셸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녀에게 “아빠, 멋있는 K팝 좀 배웠으면 좋겠어. 왜 벤츠는 K팝 그룹과 협력을 안 해?”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K팝, 드라마, 영화, K푸드 등 여러 분야에서 최첨단을 걷고 있다”며 “나도 한국의 팬이다. 한국에서 벤츠가 잘해나가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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