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절반 환수” 국정원 前간부들에 날아든 편지
문재인 정부 때 적폐 청산 수사로 처벌받은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들 집으로 최근 공무원연금공단이 보낸 등기우편이 배달됐다. 퇴직금 절반을 환수한다는 내용이 담긴 ‘환수고지문’이었다. 지난해 연말 사면·복권된 전·현직 국정원 간부 40여 명 모두 퇴직금 절반 환수 대상이다. 전직 국정원 간부 A씨는 “퇴직한 지 10년도 넘었고 퇴직금은 재판 비용 등으로 이미 다 써버렸는데 이제 와서 퇴직금 절반을 뱉어내라고 하니 가족들 볼 낯이 없다”고 했다. A씨는 3년 전 실형이 확정돼 형을 다 살고 나온 인사다. 국정원에서 30년 근무한 B씨는 “30년 근무 기간 전체가 다 부정당한 기분”이라며 “재판 비용으로만 1억원이 넘게 들었는데 퇴직금 절반을 되돌려주느라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이 국가에 돌려줘야 하는 퇴직금 액수는 직급과 근무 연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약 5000만~1억원 안팎씩이라고 한다.
이들은 사면·복권이 이뤄지면 실형 선고 이후 절반으로 깎였던 연금도 회복되는 줄 알았다. 특별사면은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고, 복권은 형 선고의 효력으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것이니 깎였던 연금도 원래대로 정상화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퇴직수당 및 퇴직연금 일부를 감액하도록 되어있다. 이와 관련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8년 “사면·복권 이후 퇴직연금이 감액되어서는 안 된다”며 퇴직급여 감액 조항에 사면·복권 등을 받은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는데 헌재는 2020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면·복권이 이뤄졌어도 형사처벌에 이른 범죄 사실 자체가 부인되는 게 아니고, 공무원 범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당시 이석태·이영진 재판관은 “사면·복권을 받으면 퇴직급여 수급권은 다시 살아난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보충의견을 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원 혐의로 복역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경우 월남전 참전 유공자 자격도 여전히 ‘박탈’된 상태다. 사면·복권 이후 실형 선고로 박탈된 월남전 참전 유공자 자격 회복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공무원연금법과 국가유공자법 관련 조항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의 상황은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헌재 재판관을 지낸 한 법조인은 “사면받은 인사들의 경우 원래 권리를 회복시켜주는 쪽으로 헌재 결정이 바뀌기 전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재직 중 일로 처벌받은 것도 모자라 퇴직금이 깎이고 남은 평생 연금 절반이 삭감된 선배들 모습을 지켜보는 국정원 후배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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