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입맛 잡아라… 급식업체들 발 빠른 경쟁
지난 22일 울산 현대미포조선 외국인 근로자 숙소인 ‘글로벌 하우스’ 1층 식당. 단체 급식 업체인 현대그린푸드가 지난 5월 문을 연 외국인 근로자 전용 구내식당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자 회사 측과 협의해 아예 외국인 근로자만을 위한 식당을 차린 것이다.
이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태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필리핀 등 다국적 근로자들이 밀려 들어왔다. 무슬림 근로자들은 모두 ‘NO PORK(돼지고기 없음)’가 쓰여 있는 아얌고랭(인도네시아식 닭요리) 배식 줄에, 베트남 근로자들은 베트남 쌀국수 쪽에 섰다. 베트남인 팜탄방(38)씨는 “올해 2월 처음 한국에 왔을 땐 한식에 적응이 안 돼 고생이 컸는데, 고향 음식이 나오는 식당이 생기고 나서는 밥 먹는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산업 현장의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입국을 늘리면서 단체 급식 업체들도 이들만을 위한 별도 식당을 운영하고 전용 메뉴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 등으로 인한 국내 인구 감소로 단체 급식 시장이 점점 쪼그라드는 반면 외국인 근로자는 급증하자 단체 급식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것이다.
◇해외 급식소 레시피 활용, 종교·식문화 맞춤
현대그린푸드는 2011년부터 운영해온 해외 급식 사업 인적 자원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사업을 확장 중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쿠웨이트·멕시코·이라크 등 72개 해외 사업장에 있는 외국인 셰프·영양사 200여 명과 회의해 각종 레시피를 개발해 전산망을 통해 공유한다. 전체 메뉴 종류가 총 3000개에 달하는데 각 식당이 근로자 특성에 맞는 메뉴를 내놓는 식이다.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사업장의 경우 무슬림 근로자들에겐 금기시되는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나 생선 중량을 높이고, 작업장이 자주 바뀌는 곳은 현지식 도시락을 따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22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사업장 내 생산3관 식당에서 만난 켄자에프 오타벡(36·우즈베키스탄)씨는 “메뉴에 어떤 고기가 사용됐는지 그림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한국말을 몰라도 돼지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 2월 외국인 식단 도입 후 급식 만족도가 상당히 좋아졌다”며 “근로자 복지는 물론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계속 는다… 급식 시장도 빠르게 팽창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매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4일 고용허가제도를 개선해 내년 외국인 근로자를 최소 12만명 더 들여오기로 했고, 기업별 고용 한도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 전용 단체 급식 시장이 빠르게 팽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단체 급식 업체들은 저마다 강점을 앞세워 외국인 근로자 급식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아워홈은 ‘할랄 음식’(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전문성을 내세운다. 현재 경기도 주요 산업 단지와 공단, 제조 공장의 급식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용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2015년 국내 단체 급식 업체 중 처음으로 할랄 인증을 받은 점을 고객사(거래 업체)에 강조하고 실제로 홈무스(중동식 병아리콩 소스), 양고기 수프 등 음식을 메뉴로 내고 있다”며 “무슬림 근로자가 많이 일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겨 만족해한다”고 했다. CJ프레시웨이는 수도권 일부 외국계 기업 구내식당에서 뷔페식으로 비건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메뉴에도 식재료 정보를 외국어로 표기해 확인하고 먹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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