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낯부끄러운 지자체의 ‘간부 점심 모시기’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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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위 직급 공무원의 상관(국·과장급) 점심 모시기 관행이 여전하다.
시간 외 근무명목으로 받는 특근매식비(급량비)가 그 용도로 쓰이고, 부서별로 '국·과장 식사 챙기기' 순번을 정해 별도 일정을 잡는다고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 연제구지부 게시판에는 '국·과장 모시기' 관행을 꼬집는 글들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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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위 직급 공무원의 상관(국·과장급) 점심 모시기 관행이 여전하다. 시간 외 근무명목으로 받는 특근매식비(급량비)가 그 용도로 쓰이고, 부서별로 ‘국·과장 식사 챙기기’ 순번을 정해 별도 일정을 잡는다고 한다. 공직사회에서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구습이 존재한다는 게 어처구니없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간부 공무원들의 인식도 문제다. 낯 부끄러운 일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 연제구지부 게시판에는 ‘국·과장 모시기’ 관행을 꼬집는 글들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일종의 ‘내부 고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아직도 그런 한심한 일이 있다는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한 예다. 하지만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노조 게시판에는 ‘직원들 야근 급량비로 국·과장급 이상 점심 먹는 거 감사 대상 아닌가. 초과 근무할 때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직원이 불쌍하다’는 글도 올라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국·과장 모시는 날이 부담인데 비용까지 계비·급량비로 대접하고 정작 야근하는 직원은 눈치 보며 밥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일상화한 일이라고 하나 ‘수준 이하’라는 비난도 많다. 영도구지부 노조 게시판에는 최근 ‘A국 각 부서 팀별로 점심 일정을 잡아 국장과 점심 먹는다. 지부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해 조치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남구지부 관계자는 “급량비를 쓰지는 않지만, 팀별로 순서를 정해 국·과장 식사를 챙기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그 같은 관행이 이어지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 공무원은 “급량비는 우리가 야근해서 받는 돈이다. 점심시간만이라도 편하게 밥 먹고 쉬고 싶다”고 호소했다. 충분히 새겨볼 만한 내용이다. 급량비는 공무원들이 정규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외 최소 1시간 이상 초과근무나 주말근무를 할 때 ‘1인당 1식 단가 8000원 이내’ 지급되는 급식비로 월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라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 해당 지자체 구매카드를 사용할 수 없을 때는 계좌이체한다. 부서마다 이런 소액을 모아 간부들의 한 끼 식사를 모시는 데 활용하고 함께 ‘눈칫밥’을 먹는 행태를 곱게 볼 직원들이 많지 않다. 국·과장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때 청년세대 1위 선호 직업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공무원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공무원이 된 뒤 민원인 폭언과 격무 등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1, 2년 사이 그만두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경직된 조직문화가 주요 중도 퇴직 요인이다. 연제구지부는 오는 10월 급량비 결제 여부와 부서별 ‘국·과장 모시기’ 현황 등 공직문화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직사회에서 시대착오적인 관행을 스스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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