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놀이터와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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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서 횡령, 비리가 잇따른다.
경남은행 한 부장급 직원은 15년 동안 5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수시 상환된 원리금을 본인 가족 등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빼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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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서 횡령, 비리가 잇따른다. 경남은행 한 부장급 직원은 15년 동안 5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 문서를 위조해 1000여 개 계좌를 불법으로 개설했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은행의 문제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허술함’에서 비롯됐음은 분명하다. 석연찮은 점도 있다. 금융당국이 왜 사전에 몰랐을까란 의구심이다. 불법 행위가 오랜 기간 이뤄졌거나 내부 연루자가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남은행 사고는 복잡한 금융 시스템에서 이뤄진 일도 아니다. 횡령 구조는 단순하다.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수시 상환된 원리금을 본인 가족 등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빼돌렸다. 금융감독원은 4, 5년 주기로 지방은행에 대해 종합 검사를 한다. 이 직원 근무 기간 최소 3번 이상 금감원 검사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부문 검사까지 포함하면 금감원 검사는 더 잦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감원은 2021년 경남은행 종합 검사를 실시했다. 횡령을 저지른 직원은 이때도 PF부서에서 근무 중이었다. 금감원은 검사 1년이 훨씬 넘은 지난 4월 경영 유의 사항 16건, 개선 사항 30건을 경남은행에 통보했을 뿐이다. 내부에서 곪고 있는 비리는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 횡령사고가 난 우리은행을 비롯해 최근 문제가 된 은행들에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 은행에선 모두 금감원 퇴직자들이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상임감사는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을 총괄하면서 상시 감사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도 터무니없는 금융사고가 터졌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민간 금융사로 가는 것은 관행으로 굳어졌다. 그 전문성 덕에 일부 용인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민간 금융사가 금감원 퇴직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감독당국 ‘로비용’으로 활용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감원은 잇따른 금융 사고 대책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문책 등을 내놨다. 이는 기존 법과 제도의 엄격한 집행으로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뒷북 대책’을 면피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부의 성격을 ‘반카르텔 정부’라고 규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얼마전 금감원 임직원들과 민간회사에 간 퇴직자들의 사적 접촉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 카르텔’ 단절이 진심이라면 지금이 적기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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