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8] 교만이 부른 위기
청(淸)대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에 앞서 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광서제(光緖帝·1871~1908)다. 그는 기울어가는 왕조의 명운을 되살리고자 나름대로 변법유신(變法維新)의 개혁까지 꿈꿨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쓰디쓴 운명을 맞는다. 꿈을 펼칠 만한 현실적 방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품성을 두고 중국인들이 흔히 지적하는 말이 있다. “뜻은 거창하나 재주는 부족하다(志大才疏)”는 내용이다.
이런 사람의 성격을 중국인들은 ‘대의(大意)’라고도 적는다. 나아가 조심대의(粗心大意)라는 성어로도 표현한다. 꼼꼼하지 않고(粗心) 매사에 데면데면하거나 신중치 못한(大意) 사람의 성격이다. 뜻만 거창해 디테일을 죄다 놓치는 경우다.
광서제는 자신의 은인이자 정치적 최대 자산인 서태후(西太后)와 반목하면서 스스로 입지를 크게 좁혔다. 이어 서태후의 안배로 맞이한 황후(皇后)와도 자주 다퉈 고립을 부른다. 그가 신뢰했던 이들은 변법의 이론 토대를 제공한 학자 그룹이었다. 강유위(康有爲), 양계초(梁啓超) 등 이론가들은 학식이 뛰어났을지 몰라도 정치적인 역량은 부족했다. 이들만을 오로지 신뢰한 광서제는 결국 서태후에 의해 감금당하고, 그녀가 죽기 하루 전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포부가 거창하다고 일이 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의리와 충절로 유명한 ‘삼국연의’ 주역 관우(關羽)도 이 점에서 큰 비판을 받는 사람이다. ‘조심대의’의 전형으로 꼽히며, 교만함과 부주의로 인해 촉한(蜀漢)의 핵심 거점인 형주(荊州)를 내주다시피 한 인물이다.
눈만 높고 손은 더딘 안고수비(眼高手卑)의 본보기다. 요즘 중국이 그렇다. 자만심 가득한 강대국 몽상에 빠졌다가 미국의 경계심만 키웠고, 내부의 문제에는 제때 대응치 못했다. 현실에 어두웠던 광서제, 형주를 내준 촉한의 위기 속으로 공산당이 스스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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