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프리고진마저? 사라진 푸틴 정적들
바그너그룹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봉기 두 달 만에 비행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푸틴 체제에 저항하다 석연찮은 죽음을 맞거나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던 과거 사례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반푸틴 인사들을 겨냥한 의문의 공격은 종종 러시아 국경 밖에서도 벌어지면서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6년 11월 발생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죽음이다.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으로 영국에 망명한 그는 FSB의 비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런던의 한 호텔에서 전 동료가 전해준 홍차를 마시고 돌연 숨졌다. 해당 찻잔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 폴로늄이 발견됐다.
2020년 8월에는 푸틴의 최대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옴스크의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신 후 기내에서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러시아 의료진은 검사에서 독극물이 없다고 밝혔지만 나발니는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옛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검출됐다.
2018년에도 영국으로 이주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도 솔즈베리에서 노비촉에 중독됐다 간신히 살아났다. 영국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집단 추방하는 등 양국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이처럼 러시아와 관련한 의문사는 체제와 관련한 비판을 하거나 폭로를 하려는 이들에게 집중됐다. 고위 공무원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2009년 11월 모스크바 구치소 수감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도 이에 해당한다. 이후 미국은 인권 침해나 부패 행위를 저지른 외국인의 자국 입국을 거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면서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으로 명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이후부터는 의문사가 더욱 빈번해졌다. 재벌과 정치인은 우크라전을 비판한 사람에게 집중됐으며, 군인의 경우 패전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사망했다. 블라디슬라프 아다예프 가스프롬뱅크 부회장이나 유리 보로노프 아스트라시핑 대표 등 40여 명의 기업가는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영난을 겪으며 우크라전을 비난했는데 결국 총에 맞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목숨을 잃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러시아의 많은 관리와 신흥 재벌이 개전(開戰) 이래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요절했다”며 “유럽은 이 같은 추세를 ‘러시아인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부를 정도로 익숙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맹방 중국 역시 반정부 인사들이 석연찮게 목숨을 잃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번 프리고진의 죽음은 중국의 대표적 ‘2인자 제거 의혹’인 린뱌오 사건과 유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린뱌오는 마오쩌둥 암살 계획을 세웠다 들통나자 1971년 9월 비행기를 타고 망명을 시도했지만 추락사했고 이 사고의 전말은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앞서 1954년 8월에도 실력자 가오강 국가계획위원회 주석 및 국가부주석이 반역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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