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까치를 키운 적 있다
작년에 나는 까치를 키운 적이 있다. 공원에서 어미를 잃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어린 새끼 까치였다. 혹시나 부모 까치가 찾으러 올까 싶어 어두워질 때까지 지켜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결국 길고양이에게 물려갈까 걱정이 되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나는 까치에게 ‘똘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스무하루를 데리고 있었다. 처음에 똘치는 날지도 못했지만, 베란다에서 지내는 동안 점점 높이 날아올랐고, 마침내는 가장 높은 책장 꼭대기에 앉아서 우리를 내려다보기에 이르렀다. 데리고 온 지 3주가 지났을 때 다시 날려 보낸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영 야생성을 잃고 제 무리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똘치를 놔주러 공원으로 갔을 때, 녀석은 날아가지도 않고 매실나무 가지에 앉아 하루를 보냈다. 그날 내내 공원을 드나들며 똘치를 지켜봤는데, 어스름해지도록 꼼짝도 하지 않던 까치는, 저녁을 먹고 다시 오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까치광(狂) 비슷한 상태가 되어, 까치에 대한 온갖 정보를 찾아 읽었다. 까치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는 유일한 조류라는 것, 앵무새처럼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기도 한다는 것, 지능이 무척 높아서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 등등. 까치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해서 몇 년이 지나도록 잊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며, 혹여 똘치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도 기대해봤지만, 그 공원을 수없이 지나다녀도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긴, 어쩌면 똘치는 벌써 여러 번 우리 집 창 앞에 나타나 신호를 보냈지만, 그동안 내가 알아채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엊그제 집에서 좀 떨어진 길가에서 나무 베어내는 광경을 보았다. 원래 그곳은 조그만 숲 비슷한 공터였는데,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땅을 평평하게 고른 다음 공원을 만든다고 했다. 십여 년도 훌쩍 넘게 자랐을 나무들이 쓰러져 쌓여 있는 속에서, 뭔가 낯익은 것이 보였다. 작은 나뭇가지들을 정성껏 엮어 만든 커다란 둥지였다. ‘저렇게 높은 곳에 둥지를 지을 녀석들은 까치뿐인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행히 그 안엔 알이나 어린 새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둥지에 살던 새들이 어딘가 안전한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기원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모든 새들이 마음 편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매일매일 숲이 사라져가는 이 황량한 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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