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6호기 온다… 핵융합 연구 등 기대
5호기의 70배… 내년 말 도입 예정
핵융합 실험 시뮬레이션으로 구현
극한 기후현상 연구서 주요한 역할
국내 슈퍼컴 도입에 앞장섰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현재 슈퍼컴 6호기 도입을 공식화하며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한국 슈퍼컴퓨팅 콘퍼런스(KSC)’를 열었다. 슈퍼컴 6호기는 600PFlops(페타플롭스·1PFlops는 초당 1000조 번의 연산 처리)급으로, 현재 사용 중인 슈퍼컴 5호기 ‘누리온’보다 성능이 약 70배 높다. 핵융합 구현을 위한 시뮬레이션 연구 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디지털 트윈 구현
올해 20회째를 맞은 KSC에서 권재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슈퍼컴은 복잡한 대규모 계산이 필요한 시뮬레이션 구현에 효과적”이라며 슈퍼컴을 통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핵융합 실험의 성공 여부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는 연구를 소개했다.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디지털상에 구현하는 데만 100GB(기가바이트)가 넘는 저장용량이 필요한 만큼 핵융합 시뮬레이션 연구에 슈퍼컴퓨터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플라스마 난류 영상을 진단하거나 대규모 실험을 위한 시뮬레이션에선 초당 수백 GB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권 연구원 연구팀이 개발 중인 핵융합 실험로 디지털 트윈 ‘버추얼케이스타(V-KSTAR)’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진전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올여름 경험한 폭우, 폭염처럼 극한 기상 현상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후연구 분야에서도 슈퍼컴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1991년 KISTI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하 시스템공학연구소(SERI)가 도입한 슈퍼컴 1호기 ‘CRAY-2S’가 활용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를 활용해 한국 최초의 수치예보모델인 ‘아시아지역모델(ALAM)’과 ‘극동지역모델(FLAM)’을 운영했다. 이후 슈퍼컴은 기상청의 수치예보모델 개선에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0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한 국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국가 기상용 슈퍼컴의 활약 덕분이었다. 장근일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장은 “우리나라 기상 및 기후와 환경적인 특성에 맞는 모델로 개선할 수 있는 자체 수치예보모델은 국민 안전 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슈퍼컴 6호기 구축에 이어 7호기 도입도 추진
정부의 슈퍼컴퓨팅 육성 움직임도 활발하다.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확정한 ‘제3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에선 6호기 구축·운영 방안과 함께 7호기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3차 계획에 따라 확충된 초고성능 컴퓨팅 전문센터는 이미 민관 연구 현장에서 연구자들의 유용한 자원이 되고 있다. 현재 기상·기후환경, 자율주행, 생명·보건, 소재·나노, 우주, 핵융합·가속기, 재난·재해 등 7개 분야별로 초고성능 컴퓨팅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차량용 음성인식 플랫폼 기업 미디어젠의 염민선 연구소장은 “초거대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산업 분야에선 갈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 6호기는 2024년 말 도입이 목표다.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가격 인상으로 두 차례 유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6호기 구축을 담당하는 KISTI는 부수적인 부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조절해 차질 없이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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