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방치한 깨진 유리창의 교훈

이선호 기자 2023. 8.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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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 있다. 이론의 내용은 간단하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도 있다. 작은 문제나 과제를 미리 처리하지 않아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깨진 유리창과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건 사고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묻지마 범죄, 갑질문화, 허술한 국가 시스템 등이다.

무고한 시민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범 최원종은 피해망상 증상 등으로 조현병 치료를 받다가 스스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을 저지른 최윤종은 사회와 단절된 채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질환자 범죄 문제는 예민하다.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들은 폭력적이지 않은데 언론에서 일부 강력사건의 피의자가 정신질환자라는 것을 강조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보면 분명히 정신질환자나 사회부적응자 관리 시스템을 꼼꼼히 점검해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다.

강력 범죄자 문제뿐만 아니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서 촉발된 교권 실추 문제도 파장이 확산 중이다.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자행하는 도 넘은 갑질 사례가 언론을 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당국이 그동안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등 학생 인권에만 치중한 채 교권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교사들이 한여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아닌 광장에 나와 교권 회복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준비 부족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새만금세계잼버리대회의 후폭풍도 거세다. 파행을 빚은 새만금잼버리대회는 결국 전국의 지자체, 대학, 기업 등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치러냈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회 실패에 대한 책임을 놓고 전 정부와 현 정부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요즘 무관심 속에 방치하던 깨진 유리창과 호미로 막을 일이 한꺼번에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문제는 전조 현상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가 등 공적 영역의 깨진 유리창에 대한 무관심은 국민들의 피해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는 물론 개인들도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관심을 갖고 찾아 신속히 수리해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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