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앞에 정쟁만… 한국, 정권 바뀔 때마다 ‘발사 이벤트’ 취급
인도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달 탐사를 목적으로 하는 ‘찬드라얀 프로그램’에 국력을 집중한 결과물이다. 반면 1966년 인류 최초로 무인 달 착륙에 성공한 러시아는 21일 루나 25호를 달 남극에 보냈으나 착륙에는 실패했다. 당장 돈이 되는 위성 발사 등에 집중한 것과 함께 연방 기관인 연방우주청(ROSCOSMOS)을 국영기업으로 전환한 것이 퇴보의 원인이었다. 결국 얼마나 국력을 투입했는지에 따라 명암이 갈린 셈이다.
인도의 성공 사례는 우주개발은 꾸준한 국력 투입이 필수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한국의 우주개발 전망은 여러 장애물을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도 우주 분야 연구 예산은 8371억원으로 인도의 1년 예산(15억달러·약 1조9000억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창진 건국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인도는 정부가 우주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흔들림 없이 투자를 지속한 반면,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계속 바뀌었다”며 “정권마다 우주 탐사를 단순한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32년 무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현재 같은 추세라면 한국이 달 착륙을 시도하는 시기에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선진국들은 달 유인 탐사를 넘어 화성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주는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강점을 보인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도 쉽지 않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국력을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것이다. 당장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 설립부터 정쟁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두 대선에서 공약한 사항이다. 우주개발에 이념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우주항공청법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등 우주개발과 직접 관련 없는 정치적인 사안들로 상임위가 파행돼 4개월 가까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우주개발청의 연내 출범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주개발은 막대한 연구·개발비, 연구 기간,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분야라 중장기·범부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현재는 연구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실정이다. 또 부처별·사업별로 예산을 따오고 집행하는 식이라 달 탐사 같은 프로젝트는 꿈꾸기 어렵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팀장은 “현재 우주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의사 결정 체계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발사한 30년 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중국 등 나사처럼 우주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마련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인도 또한 우주부(Department of Space)가 우주 관련 정책을 다룬다. 인도는 우주 관련 부서와 원자력부는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특혜가 있어, 다른 부처와 비교해서도 실권이 강하다.
우주항공청 같은 컨트롤타워 수립이 늦어진다면 민간 투자도 지연된다. 정부의 계획에 맞춰 민간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세우는데, 이게 모두 밀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개발한 발사체는 아직 실용성이 떨어져 빠른 시일 안에 여러 차례 발사를 거듭하면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미 발사 서비스 시장은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 들어 지금까지 총 58번 발사해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4일에 한 번꼴로 발사된 것이다. 우리별 1호 연구진이었던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는 “우주 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금 발생하는 일련의 일들이 혼란스럽다”며 “업계에서 처음에 기대한 것은 우주청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형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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