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코로나와 잼버리에서 드러난 의사들의 독점과 지대추구
2020년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발생했다. 방역은 확진자 여부를 확인하여 격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감당할 인력과 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가장 시급한 것이 확진자 확인, 즉 코로나 검사였다. 대구시는 시내 곳곳에 텐트를 치고 임시선별진료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국의 의료인들에게 검체채취를 포함한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각지에서 도움이 쇄도했다. 그중에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일하는 한의사 70여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공보의로서 이들의 원래 업무는 코로나 검체채취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는 이들의 지원을 거부했다. 의사협회에서 "한의사들에게 검체채취를 허용하면 모든 코로나 진료현장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한의사는 코로나19를 진단하고 검안하고 소독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제5조 제2항, 제11조 제1항, 제48조 제1항 등). 검체채취는 진단의 시작이다. 그러나 의협의 협박 앞에 정부는 불가항력이었다.
확진자로 확인되면 격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병상이 부족했다. 한때 코로나19로 확진을 받고도 집에서 홀로 격리해야 하는 환자가 2300명을 넘어갔다. 17명은 병원에 입원조차 못해 보고 사망했다. 대구시는 경기도에 병실을 빌려달라고 사정하고 달빛동맹을 맺은 광주에 환자를 보내는 등 시설 확보에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때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은 병실 환자들을 모두 다른 병원에 이송하고 병원 전체에서 코로나 환자 입원을 받겠다고 나섰다. 대구시내 한가운데 있는 병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의사들이 반대했다. 한방병원에는 입원시킬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은 의한협진 시범사업 기관이다. 즉 의사들이 상시근무하는 곳이다. 게다가 당시 대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의사, 간호사들이 대거 자원봉사하러 와 있었다. 이들을 배치하는 것으로도 의료진 공급은 충분했다. 심지어 병실 부족의 해결책으로 연수원, 수련원 등에 환자를 격리하기도 했다. 한방병원은 허가 받은 의료기관이므로 이런 시설보다 훨씬 환자 치료에 용이하다. 그러나 의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한방병원에 환자가 입원하면 의사들은 모두 손을 떼겠다니 대구시로서도 달리 어쩔 수가 없었다.
대구지역의 코로나 아웃브레이크로부터 3년이 지났다. 이제 무대는 전북 새만금으로 옮겨진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에 '한의진료센터'가 개설되었다. 한의사 82명과 한의대생 79명이 참여했다. 처음 하는 일도 아니었다. 한의사들은 이미 평창동계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의료지원을 해왔다. 온열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이 다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한의진료센터 개설이 알려지고 불과 이틀 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는 한의진료센터 개설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잼버리 행사장 내 한방 체험부스 운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한의진료센터가 한방 체험부스로 이름을 바꿔야만 한 이유 또한 다르지 않다. 의사들의 반대가 원인이라는 전언이다.
그 체험부스에서 엿새 동안 1400명 넘는 환자를 진료했다. 잼버리 파행 논란 속에 한의진료가 때아닌 호황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이 와중에 잼버리 영지 내 클리닉 5개 중 하나는 의료진이 업무 과부하를 이유로 진료소를 자진폐쇄해버렸다. 의료진이 초과근무 수당을 요구하는 것에 조직위원회 측이 어려움을 표한 게 사태를 촉발시켰다.
2020년 대구와 2023년 새만금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첫째, 의사는 독점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검체채취는 의사만 해야 한다. 진료소도 의사만 열 수 있다. 한방병원에 코로나 환자를 입원시킬 수는 없다. 한방병원에서 의사가 진료를 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다. 기숙사, 연수원을 쓸 수는 있어도 한방병원은 안 된다. 한의진료센터도 안된다.
둘째, 독점의 대가는 돈이라는 사실이다. 잼버리 영지에서 한의사들의 진료센터 개설은 차단하고 의사들의 진료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요구한다. 심지어 잼버리라는 국가적 행사의 의료지원, 의료봉사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독점이 어떻게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는지를 상징한다. 독점을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행위가 바로 지대추구다.
셋째, 의사와 한의사가 싸우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검체를 채취할 사람이 줄어든다. 코로나로 입원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환자가 늘어난다. 잼버리에서 온열환자에게 도움줄 손이 적어진다.
독점과 지대추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일원화가 되어야 한다. 의대정원 확대와 의대-한의대 교육통합이 그 시작이다.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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