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한경협이 성공하려면
2023. 8. 25. 00:24
정경유착 근절 정치권도 동참을
사업보국 원칙으로 국익 챙겨야
사업보국 원칙으로 국익 챙겨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고 재출범했다. 국정농단 논란에 휘말리면서 많은 기업이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전경련이나 한경협과 같은 경제인단체는 국가와 국민의 발전에 꼭 필요한 조직인 것만은 사실이다. 첫째로 국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회특구(ODZ)와 같은 지역활성화 정책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같은 좋은 정책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또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나쁜 정부 정책은 아니라고 거부하는 선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안도 내놓음으로써 미국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둘째로 개별 기업만으로는 수행하지 못할 대형 프로젝트를 협동을 통해 추진함으로써 규모의 효율성을 창조해낼 수 있다. 셋째로는 양극화나 지역소멸, 환경오염과 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작용 문제를 기업 스스로 극소화할 전략을 수립해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경협을 통해 기업의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또 국가와 사회의 이익이 되어야 하겠다고 한 신임 회장의 말은 정곡을 찌른 말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기업이 다시 한경협에 참여하기로 하고 또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면서 모양새는 그런대로 갖추었지만 어딘지 명쾌하고 개운하지 못한 여운이 남는다. 하나는 4대 재벌 그룹이 모두 꼭 참여해야만 한경협이 출범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여운이다. 4대 재벌의 참여를 독려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100% 흔쾌하고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서를 달고 가입 자체가 마치 재벌 기업이 큰 시혜를 주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한두 재벌 정도는 ‘노’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훨씬 모양새가 좋았을 것이다. 4대 국정 원칙 중에서도 특히 경제 주체의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정부라서 더욱 그러하다. 또 하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어떻게 끊겠다는 것인지 그림이 안 보인다. 정경유착은 말 그대로 정권(대부분 그중의 실세)과 재벌(그 속의 일부)의 비밀 결탁에서 생긴다. 정권이나 일부 기업이 독자적으로 정경유착 하고 싶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두 주체가 ‘비밀스럽게 합작’할 때 에만 은밀하게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경유착을 척결하는 것은 한경협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그중의 실세)도 같이 동참해야 하는 문제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된다. ‘윤리경영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그 윤리경영위원회가 정치권(그 속의 실세)이나 실세 회원사에게 무슨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윤리경영위원회 구성에 정치권(그중의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허수아비 조직이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윤리경영위원회는 재벌 기업은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성이 보장되는 외부자로 구성되고 또 그의 운영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만 실효성이 담보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출신 인사가 한경협에 관여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경협은 출범되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경협의 정책 시야가 정권 혹은 몇몇 기업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업보국이 한경협의 제일 원칙이 되어야 한다. 재벌 기업이나 회원사는 물론이고 정권 스스로도 국가 국민보다는 하위 개념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경협의 정책 대안 능력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같이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영입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경협의 미래는 국민의 신뢰 회복에 달려 있는 것이 확실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이 기업에게 고치기를 원하는 바를 찾아내서 스스로 시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경유착도 중요하지만 청년실업 등 실업문제에서부터 소득 양극화와 중소·대기업 양극화와 지역 양극화 등 여러 양극화 문제를 국가에게만 떠맡기지 말고 스스로 시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업보국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경협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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