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핵 군축 비확산 국제적 연대 중요

2023. 8. 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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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열리는 히로시마 평화회의
핵 없는 세상 목표로 각종 대안 모색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협력 약속
강력한 핵 억지력으로 작용 기대

2023년 북핵과 미국·중국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한반도가 직면한 국제정치의 현실은 매우 엄혹하고 위중하다. 신냉전 상황에서 국가들 간 물리적 충돌이 확전될 위험은 여전히 높다. 특히 러·우 전쟁에서 핵 사용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벨라루스에 러시아의 핵 무기 배치 가능성이 실행 단계로 진입하면서,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금기시되던 핵전쟁의 위기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여전히 핵전쟁을 현실적으로 걱정하는 위기에 살고 있다. 원자폭탄 개발을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러한 핵전쟁 위기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보여 준다.

매년 여름 일본 히로시마에서는 ‘히로시마 평화 핵 군축 국제회의’가 열린다. 대한민국 대표로 초청된 필자는 수년째 매년 세계 석학들, 고위급 정부 인사들과 격렬하게 토론하고, 전 세계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히로시마 의장 평화 선언문을 발표해 오고 있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이 선언문은 정부 간 협의도 아니고 어느 국가에든 구속력이 있는 채택안은 아니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이상주의적 목표들이 포함돼 있고, 전원 합의가 아닌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즉, 핵 군축 비확산의 최종 목표인 핵 없는 세계, 핵 보유국 및 핵 무장국들의 이에 대한 실천적 참여, 핵전쟁 방지를 위한 핵 억제 방안 제언, 비핵지대, 핵무기 금지 조약, 신기술에 대한 군비 통제 체제 확립, 일반 시민들과 미래 세대 등을 대상으로 한 군축 비확산 교육 등이 논의됐다.

올해는 군축 비확산 활동을 모니터하는 히로시마 워치 구상도 포함됐다. 올해 일본이 히로시마에서 주관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핵 군축 성명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의지의 연장선이다. 러·우 전쟁과 대만 및 남중국해 등에서의 미·중 간 전략적 경쟁, 북한 핵 개발 등으로 핵전쟁 가능성이 그 어느 시기보다 높은 지금 히로시마에서 지속되어 온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그 어떤 때보다 유의미하고 중요하다.

최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이루어진 한·미·일 협력 역시 매우 중요한 국제질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재 동북아는 북한과 미·중 경쟁으로 세계 그 어느 지역보다 핵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캠프데이비드에서 합의한 한·미·일 협력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자연스러운 노력이다. 한·미·일 협력은 앞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 등 가치 연대를 강력하게 하는 핵심적인 축으로 더욱 강화되고 발전돼야 한다. 중국, 러시아, 북한의 안보 군사적 연대에 대비한 한·미·일 연대는 매우 중요하고, 새로운 태평양 지역과 국제질서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다층적 연례 회의의 제도화, 경제 안보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포괄적 협력은 대한민국의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바람직한 방향성과 위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태평양의 한·미·일 협력은 대서양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연대를 강화해 연결된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통하여, 한국의 가치 동맹을 위한 글로벌 중추 국가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핵전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이 이룬 강력한 힘을 통한 억제와 함께, 히로시마에서 지속되어 온 핵 군축 비확산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도 함께 지속돼야 한다. 두 노력은 공존 가능하고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노력이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북핵 위기에 직면해도 핵무장을 추구하지 않은 핵 군축 비확산의 모범적인 선진국이다. 캠프데이비드와 히로시마에서의 군축 비확산 연대는 공존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이자, 태평양·대서양 가치 동맹의 핵심 국가, 군축 비확산 국제 연대의 선도 국가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국제 사회의 핵전쟁 없는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역할과 위상을 키워 가야 한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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