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피할 수 있었던 사순이의 죽음
2023. 8. 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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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북에서 개인이 사육하던 암사자 '사순이'가 탈출했다.
멀리 가지 않고, 살던 곳에서 4m 남짓 떨어진 숲속에 가만히 앉아 쉬던 사순이는 곧바로 사살됐다.
철창과 시멘트 바닥의 좁은 시설에서 20년을 살아온 사순이는 아주 잠깐 동안 흙바닥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그 대가로 죽음을 맞이했다.
사순이는 오랜 기간 사람 손에 길러졌고, 당시 주변 사람들도 대피를 마친 상태로 전해지기에 마취 포획 시도도 없이 사살로 나아간 대처에는 큰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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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북에서 개인이 사육하던 암사자 ‘사순이’가 탈출했다. 멀리 가지 않고, 살던 곳에서 4m 남짓 떨어진 숲속에 가만히 앉아 쉬던 사순이는 곧바로 사살됐다. 철창과 시멘트 바닥의 좁은 시설에서 20년을 살아온 사순이는 아주 잠깐 동안 흙바닥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그 대가로 죽음을 맞이했다.
환경부의 2019년 ‘동물 탈출 시 표준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탈출 동물이 원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다만 위험 정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나 사살을 결정할 수 있는데, 중대형 식육 동물은 사살 대상이 되며, 사살 기준은 ‘사람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다. 실상 동물이 탈출한 대부분의 경우가 해당될 수 있는 다소 모호한 기준이다. 그러다 보니 탈출한 동물을 생포하려는 노력보다는 사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손쉽게’ 택해지는 문제가 있다. 사순이는 오랜 기간 사람 손에 길러졌고, 당시 주변 사람들도 대피를 마친 상태로 전해지기에 마취 포획 시도도 없이 사살로 나아간 대처에는 큰 의문이 든다.
습성과 복지가 고려되지 않은 사육 시설에서 20년을 지낸 사순이의 생애도 돌아봐야 한다. 애당초 야생동물이 부적합한 공간에 갇혀 길러져서는 안 된다. 사자와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경우에는 수출입 등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올해 12월부터는 누구든지 동물원법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에서 살아 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한다. 동물원법상 허가를 받으려면 동물의 특성에 맞는 바닥재, 행동 풍부화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등 본래의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과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잘 지켜지도록 동물 사육 시설을 제대로 점검하고 단속하는 것은 앞으로의 숙제다.
과거 사순이의 소유자가 사육을 포기하려 했지만 사순이를 받아 줄 야생동물 보호 시설이 없었다고 한다. 이 역시 이번 사건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이다. 야생동물을 품을 수 있는 공간, ‘생크추어리’도 반드시 필요하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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