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3A.M.] 브랜드북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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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티파니의 테이블 매너'라는 책이 있다.
'티파니 블루'라 불리는 청량한 파란색 표지에, 식사 예절을 유머러스하게 적은 96쪽짜리 작은 책이다.
하지만 책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티파니가 상품에 담고자 하는 관점이 연상된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강자 나이키가 1990년대부터 사내에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스토리텔러 책임자를 두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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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헤리티지 알리는 핵심 콘텐츠 자리매김
성공한 기업과 기업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서점의 한편을 차지하는 고전이다. 그러나 기업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 시간에 기업의 스토리북은 진화 중이다. 기업의 가장 전통적 스토리북은 ‘○○ 그룹 50년사’같은 이름을 단 사사(社史)다. 사료로서 분명한 가치가 있지만 두께를 자랑하며 회사 사무실 캐비닛이나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어 대중과는 멀었다.
최근에는 사사보다 고객과 훨씬 가까운 브랜드북을 많이 보게 된다. 한국에 진출한 지 35년을 맞아 한국맥도날드가 최근 출간한 ‘한국맥도날드 35년 브랜드 스토리’는 2주 만에 1쇄가 완판되고 3쇄까지 찍었다. 회사의 성과를 일방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전·현직 직원, 가맹점주, 고객, 농부 등 맥도날드의 35년을 함께한 사람들이 참여한 방식이 맥도날드와 잘 맞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현상이었던 맥도날드의 사회적·문화적 맥락을 놓치지 않았다.
새로운 성공을 이룬 플랫폼·정보기술(IT)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스타 창업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공격적으로 만들어낸다. 성공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계발서가 되지만 역사가 짧은 기업에는 정통성 있는 일종의 탄생 신화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스타트업들은 투명성, 참신함, 드라마틱함으로 차별화한다. 크래프톤은 ‘크래프톤 웨이’ 작가에게 창업자의 이메일을 모두 공개했다. 장밋빛이 아니어서 생생하다. 야놀자의 이수진 창업자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10년간의 창업일기를 묶어 ‘리스타트’를 써냈다. 솔직하고 간절하다.
브랜드북은 브랜딩과 홍보를 넘어 기업의 평판 관리, 위기 관리의 측면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는 어떤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묻는다. ‘당신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꼭 필요한 존재인가?’ 기업이 스스로도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사고가 난 뒤에야 만든 답은 공허하게 들린다. 기업의 필요를 설명하고 존재를 증명하는 일은 선제적으로 해 둬야 한다.
특히, 역사와 전통은 때로 기업을 보호하는 견고한 방어벽이 된다. 기업의 역사가 짧은 한국도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 다음 단계로 접어들면서 헤리티지를 재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최근 현대차·기아의 헤리티지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현대차는 1974년 국내 첫 독자 개발 모델 포니를 복원하고 ‘포니의 시간’ 전시를, 기아는 1970년대 동네 골목을 누비던 삼륜차를 복원한 전시를 열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브랜드북의 핵심 독자가 직원이라는 것이다. 회사에 위기가 닥쳤을 때 직원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내부 고발자가 되기도, 회사의 평판을 옹호하는 대변자가 되기도 한다. 브랜드북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철학과 역사를 알려 주는 교과서가 되고, 회사를 밖에 설명할 때 활용하는 핵심 콘텐츠가 된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강자 나이키가 1990년대부터 사내에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스토리텔러 책임자를 두고 있는 이유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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