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시설 패러다임과 발달장애인의 거주 선택권

2023. 8. 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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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 원칙을 상실한 몇몇 장애인 거주 시설의 학대와 인권 침해를 근거로 최근 일부 장애인단체에서 탈시설 정책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안으로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단기 거주 시설과 공동 생활 가정을 제외한 거주 시설을 대상으로 단계적 탈시설 로드맵을 제시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탈시설 정책은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거주 서비스 필요성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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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 원칙을 상실한 몇몇 장애인 거주 시설의 학대와 인권 침해를 근거로 최근 일부 장애인단체에서 탈시설 정책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안으로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단기 거주 시설과 공동 생활 가정을 제외한 거주 시설을 대상으로 단계적 탈시설 로드맵을 제시했다.

탈시설 로드맵이 발표된 뒤 거주 시설에 자녀를 둔 부모단체와 장애인거주시설협회가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탈시설 정책은 찬반으로 나뉘어 장애인복지 현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탈시설을 찬성하는 쪽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보완하는 일반논평과 탈시설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시설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탈시설은 오히려 중증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경희 한신대 교수·재활상담학
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에서 전달받은 유럽연합 보고서도 무분별한 탈시설 정책에 대한 우려를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원과 돌봄이 절실한 최중증 장애인 돌봄 공백에 대한 대책 마련 없는 탈시설은 오히려 거주정책의 후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탈시설화가 담고 있는 철학적 이념은 장애인 복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탈시설화는 패러다임과 이상적인 개념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복지 선진국에서의 주요 대상자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1960년대부터 발전된 정상화 이론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내 다양한 거주 서비스 모델이 마련되면서 발달장애인의 거주 선택권이 확대됐다. 다양한 거주 선택권은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 필요성과 욕구를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 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탈시설 정책은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거주 서비스 필요성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무조건적인 탈시설은 준비되지 않은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방임되거나 학대받는 환경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 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복지 서비스가 거의 없으며 거주 시설 입소도 어려운 상황이다.

탈시설 정책은 이념적 논쟁보다는 다양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인권 침해가 발생한 거주 시설의 경우에는 강력한 감독을 통해 거주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역사회로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 확대를 필수화하는 정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발달장애인 유형과 자립도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지역사회 자립보다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고 자력으로 주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택과 시설 등에 거주하면서 장애인복지관, 자립생활센터, 직업재활시설 등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발달장애인 주거 모형이라 할 수 있다.

변경희 한신대 교수·재활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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