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앞두고도 2030에게 밀리지 않는 스포츠가 골프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3. 8.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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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이 수원캠퍼스 농구코트에서 골프 드라이버로 농구공을 치는 포즈를 취했다. 학창 시절부터 농구와 축구를 즐기던 그는 부상을 줄이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골프에 집중해 ‘핸디3’의 실력자가 됐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때 농구와 축구광으로 학계에 소문이 자자했다. 어릴 때부터 축구 농구 야구를 즐겼고 농구 명문 홍익대사범대부속중고등학교를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농구에 천착했다. 캐나다 유학 때도 농구 축구팀을 만들어 활동했다. 귀국해서도 코트와 녹색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런 그가 10여 년 전부터는 골프에 빠져들었다.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58)은 골프 ‘핸디 3’(평균 3오버파)의 아마추어 골프 강자다.

“농구와 축구를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무릎에 이상이 오더군요. 여기저기 잔부상도 생기고…. 그런데 승부의 세계를 떠나긴 싫었죠. 그때 다가온 게 골프입니다. 산과 들, 자연 속에서 라운드한 뒤 오는 상쾌함, 그리고 샷에 집중해 목표로 한 타수를 칠 때의 성취감은 농구와 축구를 하며 얻는 즐거움과는 좀 달랐어요.”

양종구 기자
골프의 운동량은 농구 축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 부총장은 “골프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고 하면서도 “자연과 함께하며 신중하게 샷 하나하나에 집중해 플레이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했다. 그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특히 골프는 심신이 조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농구 등 단체 스포츠와 달리 내 신체와 정신이 동시에 반응하며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 훈련하고 결과에 만족하는 게 골프의 매력”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대학 때까지 골프 선수를 하다 금융계에 몸담은 분과 골프를 자주 치는데 그분의 플레이에선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어요. 골프장에 와서 준비하고 샷 하나하나 신경 쓰는 모습에서 철저함이 묻어났죠. 주위에 보면 대충 치는 사람들도 있어요. 골프는 예절을 지키며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정신 수양 스포츠입니다.”

사실 최 부총장은 1990년대 중후반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유학할 때부터 골프를 쳤다. 그즈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를 우승하는 등 잘나갈 때였다.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친구들과 필드에 나갔다. 하지만 농구와 축구가 있어 골프에 ‘진심’은 아니었다. 귀국해서도 농구와 축구를 하느라 골프는 꼭 나가야 하는 자리에만 나갔다.

“10여 년 전 고등학교 동기들하고 저녁 먹고 농구를 하는 객기를 부리다 친구 한 명의 다리가 부러졌죠. 그때부터 ‘우리도 이젠 조심할 나이’라고 생각해 거칠지 않은 운동을 찾았죠. 처음엔 트레킹이나 산책을 했는데 골프가 산과 들을 걸으면서 하는 스포츠잖아요. 이거다 싶었죠.”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면서 다시 승부욕이 발동했다. 그는 “난 골프에 진심인 자칭 고수들과 자주 친다. 내기도 하지 않는다. 골프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멀리건, 퍼트OK 없이 속칭 ‘PGA 룰’로 친다. 최 부총장은 지인들과 ‘승죽회’(승리에 죽고 사는 모임)를 만들었다. 지나친 승리 지상주의를 감추기 위해 한자로는 ‘승죽(承竹)회’로 쓰면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1년간 성적표로 연말에 우승 트로피와 배지도 준다. 최 부총장은 벌써 우승 배지 2개를 모았다.

“골프는 축적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치는 사람도 있죠. 그래도 늘 잘 치지는 못합니다. 변수가 너무 많아요. 남자 테니스는 3, 4명이 우승을 번갈아 하지만 골프는 아닙니다. 우즈도 매번 우승은 못 했죠. 저도 10년 가까이 꾸준히 치면서 최근에야 골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최 부총장은 지난해부터 골프의 참맛을 알았고, 올 5월 13일 경기 용인 해솔리아 골프장에서 생애 최저타인 4언더파 68타를 쳤다. 그는 “스포츠는 승부의 세계다. 내가 지금 농구 축구로 어떻게 30대와 경쟁하겠나. 골프로는 언제든 경쟁할 수 있고 이길 수도 있다. 제자들도 농구 축구는 다친다며 말리지만, 아직 젊고 생생하다는 자신감을 골프에서 느끼고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트레킹과 장거리 걷기로 체력을 키우는 그는 “보직을 맡으며 연구도 하다 보니 쉽지 않다”면서도 주 1, 2회 짬을 내 연습하고 주말엔 필드에 나가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

“평생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체력이 좋아 며칠씩 밤새우며 책을 쓰거나 하루 10시간씩 강의해도 거뜬했죠. 체력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가져다준 가장 큰 자산이라 자부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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