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지도자의 무지와 공직자의 가치관 상실
나라 걱정보다 정권 싸움에 전력 쏟는 상황
지도자, 법치국가를 선진사회까지 끌어올려야
역사의 강은 선한 질서 찾고 구현하는 과정이다
국민의 다수는 과거 정권의 장점과 업적을 유지하면서 개선할 점은 바꾸고 개혁할 과제들은 방향과 방법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민주정치의 발전적 성장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권 5년은 촛불 혁명이라는 개념을 연상할 정도로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까지 떠안겨 주었다.
지금은 여야의 지도자들과 정권 책임자들이 국민 전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이상과 가치를 찾아 재정립할 때가 되었다. 이념과 방향에 차이점은 있어도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공동체 운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 원인은 어디에 있었으며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주어진 공통의 과제는 무엇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잠재적인 공통점의 하나는 정치 지도자들의 지적 결함에 있었다.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체계적인 ‘국가론’을 제기한 사람은 철학자 플라톤이다. 그는 지도자의 무지(無知)가 이상 국가 건설의 최악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무식한 지도자, 알아야 할 것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고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 정신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면 자기 잘못을 모르는 지도자, 실정(失政)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에게 정치 지도자는 적어도 두 가지 식견은 갖춰야 한다, 는 요망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과정을 밟아 오늘에 이르렀고, 앞으로 어떤 지향점을 향하고 있는가, 는 선장에게 주어진 책임과 같은 것이다. 그와 더불어 불가피한 과제는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현실과 위상은 어떤 것이며, 무엇으로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과업과 임무를 성취해 가는가 함이다. 역사의식과 국제적 공존의 가치 문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 상황에 있는가. 혹평한다면 우물 안에서 집안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나라 걱정보다는 정권 싸움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정당 안에서는 어떤가. 네 편인가, 내 편인가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는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개인을 위해 사회 문제까지 돌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모두가 나라보다는 정권, 정치보다는 관권과 이권의 노예같이 움직이고 있다. 생각 있는 국민도 공동체 안에서 그 정도의 이기주의자는 아니다. 무지는 무책임이라는 한계를 넘어 나와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지도자까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의 지도자는 두 가지 문제에 관해서는 공통된 사상과 신념을 찾아 지녀야 한다. 그 첫째는 신생 후진국은 권력국가의 상징인 독재정치와 군사정권의 후진성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40여 년에 걸쳐 그 후진성은 극복할 수 있었다. 김영삼 정부부터는 법치국가인 민주정치의 가능성과 저력을 발휘해 왔다. 세계가 인정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법치국가를 자유와 윤리 질서를 동반하는 선진사회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모처럼 성취한 법치국가를 문재인 정권이 다시 권력국가로 후퇴시켜 왔다. 법치국가의 본령은 ‘정의의 정신과 가치’다. 문 정부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권력을 갖고 평등사회 만드는 권리’라고 착각했다. 정의는 ‘더 많은 국민이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의무’라는 엄연한 진리에 역행해 왔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세계 역사의 공통된 정신적 정도(正道)가 있다. 진실, 자유, 인간애의 길이다. 역사의 강은 진실과 자유에 따른 윤리적 가치, 즉 선한 질서를 찾아 구현하는 과정이다. 문재인 정권은 그 진실과 인간애로 가는 정도를 역행하고 부정하는 편 가르기와 투쟁의 방법을 택했다.
우리 국민에게 주어진 최선의 권리와 의무는 공익을 위하는 자유와 인간애의 공동체를 위한 선택과 열린 사회를 향한 참여의 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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