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인 선박[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78〉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2023. 8. 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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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앞머리가 이상하게 생겼다.

배가 달리면 파도가 저항을 만들어 선박의 속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15도마다 1시간을 배당하면 24시간이 되어 지구의 자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배의 위치를 구하는 것도 항해자들의 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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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앞머리가 이상하게 생겼다. 툭 튀어 나왔다. 배가 달리면 파도가 저항을 만들어 선박의 속도가 떨어진다. 선수를 전구와 같이 둥그렇게 만들면 파도가 매끄럽게 빠져나가니까 저항이 줄어들어 선속을 더 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탈탄소를 목적으로 바람을 이용하는 로터 세일을 장착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현재 우리는 경도와 위도로 자신의 위치를 안다. 대항해시대 초기에는 지구의 모양을 몰랐기 때문에 나의 위치를 표시할 수도 없었다. 16세기 초엽 마젤란이 세계 일주에 성공하면서 꼼꼼히 남긴 기록 덕분에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거리를 알게 되었다. 1717년 경도법이라는 법을 만들었을 정도로 17∼18세기 경도를 어떻게 확정할지는 지구상의 큰일이었다. 경도를 180도로 동경과 서경으로 나눠 360도로 했다. 그리고 15도마다 1시간을 배당하면 24시간이 되어 지구의 자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배의 위치를 구하는 것도 항해자들의 큰일이었다. 해뜰 무렵과 해가 질 무렵에 별자리를 잡아서 위치를 구했다. 날이 흐리게 되면 무용이 되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위치를 구하기 위해 로란과 오메가라는 전파항해 방법을 개발했다. 인공위성이 발사되면서 경도와 위도를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미 해군이 시작했고, 이것이 내비게이션으로 발전했다. 바다에서는 1마일의 오차는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은 1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렇게 바다에서 발견된 과학문명이 육지로 올라와 활용되는 것이 수도 없이 많다. 보험제도도 그렇다. 16세기에는 10척이 출항하면 2척만 돌아왔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도 주인공의 배가 항해 중 침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선주들은 배가 침몰되면 사업이 망하므로 침몰된 배값을 어떻게 하든지 받기를 원했다. 수백 명의 선주가 단체에 가입하고 피해자가 생기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서 그 선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상보험이 생겨났다.

반면 육지의 과학문명이 바다에 사용되는 것도 있다. 선박의 방향타인 조타기(rudder)에 붙어 있는 아연붙이(Zinc)의 사연도 재미있다. 아연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철물에 가해지는 부식을 대신 해주는 일을 기꺼이 한다. 충성심이 강하다. 조타기에 아연을 붙여두면 조타기는 멀쩡하고 징크만 부식된다. 징크만 갈아주면 된다.

기체와 액체의 성질은 다르다. LNG는 천연가스를 액화한 것이다. 이 연료는 처음 캐낼 때는 기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까지 이를 이동시켜야 한다. 가벼운 기체를 수천 마일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어떻게? 온도가 낮아지면 기체가 물이 된다는 성질을 이용했다. 액화하면 선박에 실을 수 있다. 항해 중에도 ―163도가 지속돼야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창이 특수해야 한다. 선박에서 가정으로 보급할 때는 액체를 다시 기체로 만들어준다. 이렇게 기체가 된 천연가스를 가스공사에서 배관을 통해 독자들의 가정에 보내준다.

15세기 대양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시작된 과학문명의 발달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제 선박은 모든 첨단과학의 테스트 베드이자 그 활용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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