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생고기 씹어먹는 남편 어쩌죠?”…봉준호가 극찬한 급커브 공포 [리뷰]

9월 6일 개봉 영화 ‘잠’
밤마다 이상행동 보이는 몽유병 남편
임신한 아내는 점술가 불러 치료 시도
코미디·스릴러·오컬트 복합 장르 눈길

영화 ‘잠’의 한 장면. 밤마다 이어지는 현수의 이상행동에 수진은 쇠약해진다. [사진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잠’이 9월 6일 개봉한다. 봉준호 감독이 “최근 2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고 찬사를 보낸 작품이다. 영화 ‘잠’을 최근 열린 시사회에서 살펴봤다.

남편 현수(이선균)가 일어나 중얼거린다. “누가 집에 들어왔어.” 한마디 말만 남긴 현수는 다시 잠든다. 현수의 아내인 수진(정유미)은 임신한 상태. 수진은 아침이 되어 현수에게 간밤의 일을 묻지만 현수는 기억이 없다.

밤마다 현수의 이상행동이 반복된다.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맨손으로 집어먹고 급기야 생고기를 씹어먹는다. 수진은 남편 현수가 무서워 욕실 문을 잠그고 욕조에서 잔다. 뱃속의 아이도, 아침이면 멀쩡해지는 남편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에 가보니 병명은 렘수면 행동장애. 즉 몽유병이었다.

현수는 떨어져 생활하기를 주장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부부는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 수진은 동거를 주장한다. 그러다가 현수의 병세는 점차 심해진다. 여기서 관계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공포스런 괴물이 되는 순간의 딜레마’다.

심지어 공포가 일어나는 장소도 안식을 취해야 할 자택 내부다. 약을 먹여도 차도가 없자 수진은 점술가를 불러 현수를 치료하려 한다. 두 사람은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영화 ‘잠’의 한 장면. 현수는 밤마다 일어나 이상행동을 벌인다. [사진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툭툭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최후의 장면에서 이르러서는 극단의 공포감을 주는 점은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장르의 복합(코미디, 스릴러, 오컬트의 총합)이란 점에서 ‘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 장르 전환의 방식이 유연하고 설득력이 있다. 관객석이 들썩일 정도로 웃게 만들다가 오싹한 공포로 전환하게 만드는 감독의 힘이 놀랍다. ‘잠’을 연출한 유재선 감독은 ‘옥자’ 조감독 출신으로 봉 감독 제자다.

처음엔 이성과 합리에 의한 해결 방안을 주장하던 수진은 점차 미쳐가면서 점술에 의존한다. ‘맑은 눈의 광인’이란 별명이 붙은 배우 정유미의 연기는 서사의 깊이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집(거실, 침실)과 병원 진료실이란 제한된 공간만으로 영화 전체를 꽉 채우는 연출은 감탄스럽다.

이 영화는 최후의 장면에서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 어느 방식으로 이해하든 그럴듯한 전개여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여운이 대단히 깊다. 스토리의 힘만으로 끌고나가는 영화를 본 게 얼마 만이던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