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2사 만루 “못 치면 죽는다”···고영표에 막힌 KIA, KT 필승조를 뚫었다[스경x승부처]
KIA가 또 한 번 KT의 천적임을 입증했다.
KIA는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서 7-3으로 승리했다. 올시즌 KT 상대 7승2패를 기록했다.
8월 들어 OPS(출루율+장타율) 1위인 KIA는 이날 KT 에이스 고영표의 호투에 막혔으나 박영현-김재윤으로 이어진 KT 최강 불펜에게서 동점과 결승점을 뽑아내 승리했다.
KIA는 현재 KT가 상대전적에서 뒤지는 유일한 팀이다. KT는 지난 22일 승리하면서야 KIA에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리그 에이스로 평가받는 고영표조차 KIA전에는 승리가 없었다. ‘이닝이터’ 고영표지만 올해 2차례 KIA를 상대해 9이닝밖에 던지지 못하고 6실점(5자책) 하면서 2패를 안고 있었다.
지난 12일 NC전 등판 이후 휴식을 위해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고영표는 이날 11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역시나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12경기 연속이자 18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7경기 연속이자 시즌 16번째다.
고영표에게서 2점은 뺏었지만 KIA는 끌려갔다. 파노니가 5회말 오윤석에게 2점 홈런을 맞고 6회말 교체 등판한 장현식이 대타 장성우에게 적시타를 줘 2-3으로 뒤졌다. 고영표는 올시즌 KIA전 첫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고영표가 내려가자마자 KIA는 달려들어 현재 리그 최강 계투인 박영현을 상대로 동점을 만들었다. 1사후 2번 박찬호가 볼넷을 골라나가 2루를 훔쳤고 2사 2루에서 4번 최형우가 우중간 적시타를 때려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여 3-3을 만들었다.
KT는 8회말 1사 2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사후 박경수가 우측 펜스를 맞히는 대형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오윤석이 역시 같은 방향에 대형 타구를 날렸으나 KIA 우익수 나성범의 호수비가 나왔다. 이후 장성우가 내야 땅볼로 물러나면서 KT의 득점 기회는 무산됐다.
KT는 동점에도 9회초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하며 승부를 걸었다. 8월 9경기에서 10이닝을 던져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있던 김재윤을 상대로 KIA는 승부를 갈랐다.
1사후 김태군이 중전안타로 출루하고 대주자 홍종표가 대타 고종욱의 내야 땅볼로 2루를 밟자 김재윤은 9번 김도영을 자동 고의4구로 보내 1·2루를 채우고 1번 최원준과 승부했다. 그러나 볼넷, 2사 만루에서 2번 박찬호가 우전 적시타를 때려 주자 둘을 불러들이며 5-3을 만들었다. 이어 나성범이 2타점 3루타까지 더하면서 KIA는 쐐기를 박았다.
김재윤을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포크볼을 받아쳐 결승타를 친 박찬호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 이범호 (타격) 코치님이 ‘못 치면 죽는다’고 하셨다”고 웃으며 “자신있었다. 변화구를 기다렸고 가운데로 몰린 변화구가 들어와 운도 좋게 쳤다. 나는 9번에서 치든, 1번에서 치든, 2번에서 치든 내 타순 뒤에는 항상 잘 치는 타자들이 있다. 그래서 상대가 나한테 승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볼카운트도 몰리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큰 부담 없이 타석에 나간다. 득점 기회에 나가면 항상 자신있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올시즌 득점권 타율은 0.337로 KIA에서 최고, 리그 전체 7위로 좋다.
김종국 KIA 감독은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9회초 2사 만루에서 박찬호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하면서 결승타를 만들어냈다. 8회말 결정적인 호수비도 있었고,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박찬호의 활약을 칭찬했다.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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