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사망’에 침묵 유지하는 푸틴···러 방송 ‘30초’ 단신 처리

최서은 기자 2023. 8. 2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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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 2개월 만인 23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정작 러시아 현지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CNN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일어난 지 거의 24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프리고진의 사망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사고가 알려진 당시 푸틴 대통령은 서남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쿠르스크 전투’ 승전 80주년 기념식을 주재하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무대에 올라 축하 연설을 했을 뿐 프리고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모스크바로 복귀한 뒤에도 프리고진 사망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별도로 기자들에게 전화회의나 브리핑을 따로 하지 않았다.

러시아 언론들도 프리고진의 사망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았고, 대부분 단신 처리했다. 대신 푸틴 대통령의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여나 ’쿠르스크 전투‘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은 프리고진이 탑승한 바그너그룹 전용기가 추락했다고 속보로 전하면서 비행기에 총 10명이 탑승했으며 모두 사망했다고 간략하게 보도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국영 방송 ’제1채널‘은 이 비행기가 승무원 3명과 승객 7명을 태우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응급 구조팀이 현장에 있다고 짧게 전했다.이 방송이 저녁 메인 뉴스에서 프리고진 사망 소식에 할애한 시간은 겨우 30초에 불과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시민들의 반응도 충격이나 놀라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BBC는 “사실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이 사건이 더 빨리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모스크바 진격까지 시도했던 ‘반란 수괴’ 프리고진을 숙청할 것이란 관측은 반란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군사 쿠데타로 푸틴 대통령에게 전례 없는 ‘굴욕’을 안긴 그가 결국 숙청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여겨진 상황에서 러시아 시민들은 더 빨리 보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더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러시아 항공 당국은 현재까지 추락 원인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고 상황과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응급구조대는 비행기에 탑승한 10명의 시신이 모두 회수됐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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