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13조원까지 가능” HMM 인수전 ‘쩐의 전쟁’ 만들 메기 등장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8. 2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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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獨선사 하파크로이트
골드만삭스 조력 받아 참여
최고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당초 해외 매각 계획 없었던
산은·해진공 고심 커지는 모양
본입찰 참여기회 줄지 여부 관심
[사진 출처 = HMM]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파크로이트가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예비입찰에 유일한 외국계 후보로 참여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남은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업계 일각에선 국적 해운업체를 해외 기업에 넘겼을 때 국내 기업들이 지불해야할 해상운임 상승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매각측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하파크로이트사에 본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 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하파크로이트는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아 최근 진행한 HMM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업체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LX그룹, 동원그룹이 응찰한 가운데 해외 기업으로는 하파크로이트가 유일하게 들어왔다. IB업계 일각에선 하파크로이트가 100억달러(약13조원)에 달하는 보유현금을 앞세워 여러 후보들 중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파크로이트는 독일 최대이자 글로벌 5위의 컨테이너선사다. 1847년 설립된 이후 지속적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2000년대 이후만 해도 2005년 캐나다 선사인 씨피십스(CP Ships)와 합병했으며, 2014년 칠레 선사인 CSAV의 컨테이너 운송 사업부, 2017년 두바이 소재의 UASC를 인수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현재 258척의 컨테이너 선박을 운영 중이며 선복량은 190만 TEU에 달한다.

IB업계에 따르면 하파크로이트는 HMM 인수를 통해 세계 시장 순위를 3위권으로 올린다는 포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가 합치면 운영 선박 341척에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이 돼 1, 2위 업체인 MSC, 머스크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하파크로이트가 운영하는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는 HMM도 가입돼 있다. 이로 인해 하파크로이트는 HMM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규모의 경제를 이뤄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부터 해외 매각 계획이 없었던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파크로이트의 인수전 참여로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파크로이트 홈페이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이 회사가 6월 기준 보유한 현금은 100억달러(13조원) 수준에 달해 1조5000억원 이하의 현금·현금성자산을 가진 경쟁 후보들을 압도한다. 제시 금액 기준을 위주로 입찰이 진행됐을 때, 무난히 본입찰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하파크로이트가 HMM 인수에 성공했을 때,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하파크로이트에 HMM을 매각한다면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및 수십 년간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와 같은 정보자산 등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자산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일각에선 하파크로이트 응찰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수 목적보다는 실사 과정에서 HMM 정보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숏리스트(적격 인수 후보) 발표 후 본입찰 일정을 통보해야 하는 매각측이 하파크로이트를 포함할지 주목받는다. M&A 업계 일각에선 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공정위 결합 승인 이슈 등에 대한 배점을 높여 외국계 선사의 본입찰 참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장에선 자본시장이 냉각된 현 시점에 1조원 영구채 주식 전환 계획까지 밝히며 HMM 매각을 추진한 결정이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자본시장이 경색돼 한국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점”이라며 “매각측이 영구채 전환 계획을 강조하며 거래 규모를 최대 6조원 이상으로 키워놓은 것은 국내 기업에 확실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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