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들 화장품 쇼핑 시대는 끝…알짜배기 한국 관광 있어야”
국내 관광업계 기대로 들썩이지만
중 내수 부진·애국소비 등 ‘변수’
“과거 ‘덤핑관광’ 부정적 인식 많아”
정부·지자체 등 콘텐츠 강화 돌입
24일 오후 5시30분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 앞. 줄줄이 멈춰선 25인승 버스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내렸다. 전날 중국 석도에서 인천까지 카페리를 타고 온 단체여행객들이었다. 단체여행팀 규모는 270명에 달했다. 이들은 롯데면세점에서 1시간가량 한국 여행 프로그램 중 하나인 면세 쇼핑을 즐겼다.
남편과 한국을 찾은 장슈찡(36)은 “한국 화장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여행을 왔다”며 “오늘 마스크팩을 많이 샀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카페리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150여명이 다녀갔다. 롯데면세점에 100명 이상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방문한 것은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이후 6년5개월여 만이다. 주로 ‘K뷰티’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해 갔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선 중국인 단체여행객 31명이 한국관광공사의 뜨거운 환대 속에 한국 땅을 밟았다. 공사와 중국 최대 국유 여행사인 중국청년여행사가 한·중 수교 31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방한여행 참가자들이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관광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한국행 단체여행 빗장이 풀린 건 분명 호재이지만,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마냥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 부동산 위기까지 겹쳤다. 또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국 상품을 선호하는 ‘애국소비’ 열풍이 불고 반한 정서도 확산했다. 이는 단체여행 수요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자국의 대표적 휴양지 하이난성을 면세특구로 지정해 내국인들에게 면세 혜택을 주는 등 공격적으로 면세사업을 키우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들로선 악재다. 최근에는 엔화까지 약세여서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으로 옮겨갈 여지도 크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확실히 단체관광객들이 돌아오니 업계 전반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다”면서도 “예전만큼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성란 한국중국어관광통역사협의회장은 “과거 ‘덤핑관광’(비용을 낮추고 쇼핑 위주로 설계)이 만연했던 탓에 한국 단체여행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퍼져 있다”고 짚었다. 박 회장은 “진짜 한국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은 개별여행으로 오겠지만, 옛날처럼 단체여행객들이 대거 밀려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저가 관광이 아니라 진정한 한국 여행을 원하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며 “살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해야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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