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눈 밖에 나면 사라진다…‘스트롱맨’의 법칙
전쟁 이후 국제 사회서 위상 추락
최근 달 착륙 실패까지 체면 구겨
반란 주동자 제거하며 입지 회복
과거 반기 들었던 인물들 ‘의문사’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23일(현지시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푸틴 대통령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프리고진의 죽음은 오랜 측근의 반란으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굳혀주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을 제압하지 못하고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겨우 프리고진과 타협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뒤 두 달 동안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주항공군 사령관 등 군부 실력자를 숙청하고 반란 주모자인 프리고진마저 제거함으로써 ‘스트롱맨’의 위상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내 위상은 확고하다. 2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두 달 전 프리고진의 반란 사건에도 지지율은 여전히 80%를 상회한다. 푸틴은 내년 대선에 승리해 2036년까지 집권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대외적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러시아는 최근 인도와의 달 남극 착륙 경쟁에 패배해 ‘우주 강국’ 이미지가 구겨졌다. 지난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만 불참했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범 혐의로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해 ICC 가입국인 남아공 방문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한편 프리고진 사망을 계기로 과거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의사를 밝혔던 인사들의 의문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표트르 쿠체렌코 과학고등교육부 차관은 지난 5월 쿠바에서 러시아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가 돌연사했다. 러시아 언론인 로만 수페르는 쿠체렌코 차관 사망과 관련해 “쿠체렌코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며 “그는 ‘당신은 우리 국가가 얼마나 잔인한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엔 모스크바 동부의 지방의회 의원이자 소시지 가공 업체 ‘블라디미르스탠다드’ 설립자인 파벨 안토프가 인도 오디샤주 라야가다의 한 호텔 3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는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테러’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가 황급히 삭제해 논란이 됐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이사회 의장도 지난해 9월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추락사했는데, 영국 가디언은 당시 “그가 몸담았던 루크오일 이사회가 ‘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며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문을 표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최소 24명의 러시아 고위 인사가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을 배신했거나 반정부 운동을 펼쳤던 인사들의 의문사도 이어졌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6월 전 동료가 전해준 방사성 물질 폴로늄이 든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그해 10월엔 야권 지도자이자 러시아의 체첸공화국 주민 학살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리코브스카야가 거주하는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정원식·손우성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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