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은 바그너 그룹…해체? 러 정부가 ‘장악’?
아프리카·중동서 효용 가치 높아
“러 정부가 조직 재구성 나설 것”
프리고진 없다면 ‘종말’ 분석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 수장을 잃은 바그너 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악명을 떨친 바그너 그룹은 2014년부터 아프리카와 중동 등 세계 각지의 분쟁에 개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 그룹을 곧바로 ‘폐기 처분’하는 대신 조직 장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게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바그너 그룹이 해온 역할을 점점 더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반란 실패 직후 이들을 곧바로 숙청하지 않은 것도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은 더 이상 푸틴에게 ‘쓸모’가 없지만, 바그너 그룹의 효용 가치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반다 펠밥브라운 연구원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바그너 그룹 활동을 완전히 청산하기보다는 크렘린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프리고진이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의 군벌과 쿠데타 지도자, 정치인, 사업가 등과 비밀리에 구축해온 네트워크를 하루아침에 대체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직 내 막강한 리더십을 행사해온 프리고진의 부재로 힘을 잃은 바그너 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의 군사분석가인 숀 벨 예비역 공군 소장은 지난 6월 바그너 그룹이 무장 반란에 실패한 뒤 “프리고진이 없는 바그너 그룹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용병 그룹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반란 실패 후 바그너 그룹이 이미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가디언은 벨라루스로 거점을 옮긴 바그너 용병들 중 상당수가 최근 낮은 임금에 불만을 품고 주둔지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벨라루스에서 한때 5000명에 이르렀던 바그너 병력이 현재 4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은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철수했으며, 러시아에서의 활동도 없었다. 사망 이틀 전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에서 활동할 용병을 모집하는 영상에 등장해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를 자유롭게 만든다”며 향후 아프리카에 주력할 것을 예고했지만, 이 역시 프리고진의 죽음으로 동력을 잃게 됐다.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 러시아 정부에 ‘살해’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바그너 용병들이 추가적인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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