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반란 프리고진, 예상된 죽음으로 엔딩
프리고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
이상징후 발현 1분 만에 곤두박질
정보기관들 “당연히 푸틴 명령”
“반란 후 2개월간 활보 허용한 건
취약 상황 될 때까지 기다린 것”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 2개월 만인 23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사고 원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비행기 추락을 ‘단순 사고’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정적들을 제거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 암살을 명령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며 “승무원 3명을 포함해 탑승한 10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항공당국은 “해당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이 있었다”고 밝혀 프리고진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그와 함께 숨진 우트킨은 프리고진과 함께 바그너 그룹을 설립한 인물이다.
추락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항공기 경로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의 이언 페체니크는 “아무 이상징후가 없던 비행기가 갑자기 수직으로 아래로 향했다”며 30초도 되지 않아 운항고도 8.5㎞에서 2.4㎞를 하강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 30여초에 걸쳐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다 이상징후가 나타난 지 불과 1분 만에 땅으로 머리를 향하고 곤두박질쳤다.
영국의 정보당국자들은 이번 비행기 추락을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당연히 푸틴이 (암살을) 명령했을 것”이라면서 “모든 상황과 배경, 과거 사례들이 FSB를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바그너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과 일부 러시아 매체들은 익명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러시아군의 방공망에 요격됐다고 보도했지만, 아직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요식업 경영자 출신의 프리고진은 젊은 시절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2014년 바그너 그룹을 창설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등 세계 각지 분쟁에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개입하며 이권을 챙겼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으나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고, 지난 6월23~24일 러시아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진격까지 시도했던 ‘반란 수괴’ 프리고진을 숙청할 것이란 관측은 반란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프리고진은 예상을 깨고 지난 두 달여간 러시아 안팎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증폭시켰다.
무장 반란 이후에도 계속된 그의 공개 행보를 두고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한 포럼에서 “푸틴에게 복수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푸틴은 복수의 사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6월 반란 당시 프리고진을 ‘데드 맨 워킹’(사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가 형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곧 죽을 운명이라는 의미)에 빗댄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설립자인 이안 브레머는 “프리고진이 실제로 숙청당했다면 이는 푸틴이 얼마나 극도로 계산된 인물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머는 “푸틴은 프리고진이 두 달 동안 활보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시간을 갖고 프리고진이 훨씬 취약한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프리고진의 존재는 여전히 푸틴에게 ‘정치적 굴욕’이었고 ‘위협의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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