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의 코끼리'를 모른척 한다면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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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덴마크 프로축구구단 미트윌란이 조규성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은 한국인에게 눈 찢는 시늉을 하며 조롱한 현지인에게 1년간 경기장 입장을 금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저들은 그저 가벼운 장난이었다지만, 이편에서는 결코 같이 웃을 수 없는 차별적 행위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구단이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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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덴마크 프로축구구단 미트윌란이 조규성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은 한국인에게 눈 찢는 시늉을 하며 조롱한 현지인에게 1년간 경기장 입장을 금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저들은 그저 가벼운 장난이었다지만, 이편에서는 결코 같이 웃을 수 없는 차별적 행위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구단이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였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악습이다. 발달한 문명사회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각 없이 이를 답습하는 것은 '무지(無知)'의 방증이거나, 다양성의 시대에 '다름'을 존중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인격 탓일 것이다. 미트윌란 구단의 이번 결정은 시대착오적 차별행위를 한다면, 상대가 아니라 차별하는 이의 격(格)이 떨어지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공존하기에, 사람 사이의 '다름' 그 자체는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각각의 그 수많은 '다름'을 알아차리는 것은 기존 사회에 대하여 순응하며 따라가야 하는 사회적응 단계에 필요한 능력이라면, '다름'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자신을 조절하는 것은 한 단계 진일보한 '사회적 성공'을 위해 중요한 능력이다. 이런 이유로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대상과 환경적 변화에 따라 적절한 판단과 선택으로 자신을 조절하는 것을 발달과 성숙의 주요 요건으로 간주한다.
'사람 사이의 다름'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가 그의 인격을 말해준다면, '집단 사이의 다름'를 대하는 구성원들의 태도는 그들이 속한 전체 사회의 성숙도를 말해주는 지표이다. 문제의식도 비판의식도 없이 제멋대로의 감정적 반응이나 모종의 의도를 갖고 이루어지는 기만(欺瞞)에 의한 차별이 당연시된다면,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인종·성별·언어·종교·나이 등의 차이로 우리 사회 안에 '함께' 있는 '다른' 존재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빈곤층을 비롯해 근래 새롭게 등장한 차별·역차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어느 때부터인가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혐오하고, 청소년과 청년, 세대 간 갈등도 심각하다. '여혐·남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 오래고, '급식충, 진지충, 흡연충' 등 특정한 사람들을 가리켜 '벌레'를 뜻하는 '충'(蟲)을 합성하여 부르는 혐오 표현은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일찍이 '언어는 곧 사고'라고 한 바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언어표현이 지금처럼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된다면, 아시아인을 향해 인종차별을 하면서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유럽인과 다를 게 무언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더 큰 문제이다. '방 안의 코끼리'처럼 버젓이 보이는 문제를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모두가 모른 척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이지 않은가.
개개인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겠지만, 건전한 가치와 목적을 지닌 선의(善意)의 문화적 계도(啓導)와 집단적 사회운동도 필요하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다양성을 포용할 줄 아는 깨어 있는 선한 사람들에게 있다. 다양한 하위문화를 존중하며, 개방적이고 유연한 인식과 태도를 지닌 새로운 영웅들이 우리 사회에 속속 등장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이정미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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