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방사능 홍차 아니었네”…의문의 죽음으로 사라진 푸틴 정적들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8. 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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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FP = 연합뉴스]
지난 6월 말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탄 전용기가 23일(현지시간) 추락해 전원 사망하는 사고를 두고 단순 비행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비행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프리고진을 태우고 추락한 전용기 엠브라에트는 마지막 30초 급격히 떨어지기 전까지 아무런 문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플라이트레이더24의 이안 페트체닉은 로이터에 “비행기가 갑자기 수직 하강을 했다”면서 “약 30초 만에 항공기가 순항 고도 2만8000피트에서 8000피트 이상 급락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들은 대부분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푸틴이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저명한 비판자와 정적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직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중령이자 연방보안국(FSB) 수장이었던 푸틴은 비판자들을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며 의문의 죽음을 맞은 이들을 소개했다.

2006년 옛 동료가 건넨 홍차를 마시고 숨진 전직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타스 = 연합뉴스]
홍차를 마신 뒤 3주 만에 사망한 전 러시아 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대표적이다. 푸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던 그는 영국 망명 이후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전 동료가 전해준 홍차를 마신 뒤 시름시름 앓다가 숨을 거뒀다. 홍차엔 치명적 방사성물질인 폴로늄 210이 녹아 있었다.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같은해 자택 인근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2013년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역시 의문사로 남아 있다. 푸틴과 결별한 후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자택 욕실 안에서 목이 결박된 채 숨졌다.

2015년에는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고, 작년 9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 병원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마가노프 회장은 작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고 CNBC는 전했다. 작년 12월에는 러시아 최대 육류 가공업체 ‘블라디미르 스탠더드’의 창업자 겸 부사장 파벨 안토프 인도 동부 라야가다의 한 호텔 창문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지만, 곧 메시지를 삭제하고 다른 사람이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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