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인플레’ 아르헨, 약탈 기승…배후는 극우 대선 후보?
10월 대선 앞두고 혼란 가중
“누군가 범법 장려, 갈등 유발”
해당 후보는 “정부가 배후”
물가 상승률이 113%까지 치솟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인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최근 약탈 사건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구의 40%가 빈곤에 시달리는 등 고질적인 경제난에 더해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코르도바, 멘도사 등 아르헨티나 도시 곳곳의 상점과 슈퍼마켓 등이 약탈되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잇단 약탈 사태에 주민들이 뭉쳐 직접 도둑들을 몰아내거나, 가게 주인이 총을 들고 가게를 방어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약탈 범죄에 일부 가게들은 대낮에도 문을 닫았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약탈 행위가 범죄조직이나 마약 카르텔의 소행인지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여권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얼마 전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브리엘라 세루티 대통령실 대변인은 “하비에르 밀레이 의원이 약탈의 배후에 있다”며 “그가 사회 불안정 조장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선동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밀레이 의원은 장기매매 허용, 중앙은행 폐쇄 등 극단적인 주장을 펼쳐왔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해 “분명히 조직된 것”이라며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아르헨티나가 사회적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니발 페르난데스 보안장관은 “배후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약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누군가 특정 그룹의 (범법) 행위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밀레이 의원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며 오히려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초인플레이션 시기였던 1989년과 경제위기가 발생한 2001년에도 약탈 사태가 있었다. JP모건은 아르헨티나의 올해 말 물가 상승률이 19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3일 아르헨티나에 대한 75억달러(약 9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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