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이 지시"…법정 선 라씨 조직원, 주가조작 인정 [종합]

김지영 2023. 8. 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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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매 총괄 팀장 "라덕연, 직원에겐 비밀 엄수…'큰 손'에겐 수익 자랑"
라덕연 변호인단 "저가 매수 선호 방법일 뿐"…혐의 부인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로부터 주가관리를 직접 지시 받은 팀장과 내부 직원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진실을 털어놨다. 이들은 라 대표와 일하면서 주가조작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며 외부 세력에 의한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인 매집을 하기도 했다고 검찰에게 자백했다.

이에 대해 라씨의 변호인 측은 주가를 저렴하게 사는 방식으로 주식을 매집했을 뿐이며, 당사자간에 직접적으로 거래가 되진 않았다며 통정매매 의혹도 함께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2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시세조종,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라씨 외 10명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주식매매 지시를 받은 주가관리 총괄 팀장 박모씨와 직원 A씨가 24일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진술했다. 사진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는 라 대표의 모습. [사진=뉴시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시세조종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산정한 시점을 지난 4월 21일로 본다고 밝혔다. 같은 달 24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하한가는 라 대표 일당의 시세조종과는 관련이 없으며 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본 것이다.

◇ "낌새 이상해서 지켜보다 자수" H컨설팅 핵심 인물 자수

이날 재판에는 라덕연 조직 내에서 주식매매 총괄 팀장으로 근무했던 증인 A씨가 참석했다. 그는 라 대표 일당의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장 모씨의 제안으로 자수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장 모씨가 '검찰에 자수할 것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봐서 저도 자백을 결심했다. 갖고 있는 자료를 모두 검찰에 제출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장 모씨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장 모씨는 자신이 가진 자료들을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컴퓨터 하드웨어에 갖고 있던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함께 전달했다. 하드디스크에 녹음 파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파일을 삭제하게 되면 향후 판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하드웨어를 통채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라 대표는 주로 텔레그램 통화나 메시지를 통해 소속 직원들에게 주가 조종 관련 지시를 내렸고 내부 직원들도 텔레그램 메시지로 소통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대화 내역을 지울 것을 당부했는데, A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아 자료가 남아있었다.

A씨는 대화 내역을 지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동으로 삭제되는 방은 각 팀들이 모인 방이고 개인적으로 대화했던 방은 지우지 않았다. 삭제를 주기적으로 지시를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은 이유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세조종과 주식매매 총괄을 맡은 박 모씨도 자백해 증인으로 나섰다. 박 모씨는 2015년경 인터넷에서 주식 관련 정보를 찾다가 라 대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 대표가 운영하는 주식정보업체 유료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시작, 라 대표가 운영하는 아프리카TV 주식 관련 방송 BJ로 활동할 때 팬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라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에 직원으로 입사하면서 주식매매 총괄 업무까지 맡게 됐다.

박 모씨는 라 대표의 H투자컨설팅 회사의 초기 멤버였다. 라 대표는 투자자가 많이 없을 때는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고 회사 직원들에게 신용대출까지 받으면서 투자금을 구해오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직원은 제 3금융권에서 5000만~1억원을 대출해 연 이자 16~20%를 감당하면서까지 라 대표에게 송금했다.

박 모씨는 "초창기에는 투자금이 없었고 그때는 주식할 돈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큰 돈을 벌기 전까지는 그랬다. 라 대표가 돈 가져오라고 말을 많이 했고 협박은 아니지만 강압적이었다. 미처 퇴사는 생각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회상했다.

박 모씨는 자수하게 된 배경에 "8종목이 폭락하는 날 낌새가 이상해서 다음날까지 지켜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서 바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수하겠다고 요청했다"며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저도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랐기 때문에 저도 조사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자수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가폭락 사태를 예견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 자본시장법 위반 알고 있었다…"라덕연, '큰 손' 만날 땐 특별 지시"

H투자컨설팅의 초기 멤버이자 라 대표의 측근에 가까웠던 박 모씨가 퇴사를 결심한 주된 이유는 투자자의 협박이었다.

그는 한 투자자가 자신에게 "불법으로 하는 거 안다. 투자자들에게 사기꾼이라고 소문내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 동네에도 못 살도록 소문내겠다"고 한 말이 트리거가 됐다고 전했다. 이전부터 라 대표는 강압적으로 박모씨에게 인위적인 주가 상승을 요구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시 욕을 듣거나 팀원의 잘못이어도 박모씨가 욕을 먹게 되면서 회사에 부담감이 심해지던 찰나였다.

그는 H투자컨설팅 주식매매 관리 직원들의 가이드라인이 된 투자설명서도 본인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백단위 큰 수량 한 꺼번에 던지지 말기' 등 불공정거래, 허수성 거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모씨는 "직원들 중에 증권사에서 직접 연락을 받기도 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팝업이 뜨면 전달을 받았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한 것"이라며 "라 대표에게도 보고했고 라 대표는 '조심하라'고만 했다. 직원들도 문제가 있는 거래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박모씨의 진술에 따르면 라 대표는 관리하고 있는 종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했다. 직원들이 텔레그램을 주기적으로 삭제할 것을 지시하는가 하면 개인적으로 주식 거래를 하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회사 컴퓨터로 은행 계좌내역을 공개하라고 지시했으나 직원의 반발로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 대표는 소위 '큰 손' 투자자를 만날 땐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종목이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자신의 말대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가관리 직원에게 추가로 주가 조종 주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라 대표는 자신이 관리하는 투자자의 계좌 외에 다른 추가 매수세력이 붙을 때는 철저히 견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투자자가 보유한 다른 계좌로 따라 들어왔다고 승인내주면 안 된다며 일부러 시장에 던진 적이 있다"며 "라 대표 지시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던졌고 그 사람에 한해서 주가를 하락시켰다"고 떠올렸다. 해당 종목은 삼천리라고 덧붙였다.

◇ "인위적으로 주가 하락시키는 제 3자 개입 많았다"

박모씨와 A씨는 주가를 관리하는 동안 제3자의 세력에 의해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박모씨는 주가를 관리하면서 라 대표가 제시한 종가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 마감 직전, 라 대표가 제시한 종가에 가격을 유지하려고 하면 다른 세력이 개입했다"며 "하루 종일 거래가 없다가 그 시간에만 되면 많은 거래가 발생했다. 주가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 매수를 하는 방식으로 주가하락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마감 직전에 자꾸 외부세력 개입이 있어서 오후 2시부터는 개입이 많이 없어 그 시간대로 종가를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라 대표의 변호인 측이 "주식을 매집하는 사람 입장에선 오전에 주식을 사는 것보다 오후에 사는 것이 좋다. 장 초반에는 주가가 오르는데 오후에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니까"라며 "라 대표는 저가에 매수하기 위해선 오후에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 오후에 사는 것이 주가가 오르기 때문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A씨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한 A씨는 주가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3, 4월엔 주가가 계속 떨어졌다고 첨언했다.

◇ 라덕연 변호인, 주가 조작 부인 기조 이어가…'통정거래도 NO'

주가를 올리는 것은 시세 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던 라 대표 측 변호일의 변론 기조는 이날도 같았다. A씨와 박모씨가 '주가조작', '통정매매', '자전거래' 등을 언급할 때마다 "라 대표가 직접 그 단어를 썼느냐", "진술할 때 그 단어를 써서 진술했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증인들에게 '주가조작' '통정매매', '호가 쌓기' 등의 전문적인 단어의 뜻을 인지하고 있는지도 질문했다.

변호인 측은 A씨에게 "신규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했을 때 관리하는 투자자의 매수로 얼마나 연결됐는지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통정매매를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A씨는 "매매 상황 중에 1대1로 하지 말라는 라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 매수자를 여러 명으로 섞으라고 했다. 매매진행 자체가 회사가 갖고 있는 매집 물량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투자자까지 거래하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투자자끼리 됐을 것이라고 보고는 있다. 거래할 때 매수물량의 투자자가 아닌 제 3의 사람이 있으면 호가를 쌓아서 거래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투자자일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A씨의 말을 부인하며 "비율이 굉장히 낮다. 전형적인 주가조작은 먼저 주가조작이 타겟을 정하고 주식을 사 모은다. 이를 매집기라고 한다. 주식을 사 모은 다음에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다. 방법은 흔히 얘기하는 고가 매수주문이 대부분이다.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일반 투자자가 들어오면 테마를 이용하거나 호재성 기사를 이용하기도 하고. 매집했던 주식을 팔고 나가는게 전형적인 주가조작 방법이다. 지금 라덕연이 주식을 거래하는데 있어서 이런 방법을 이용한 게 있나"라고 되물었다.

A씨는 "내용이 비슷하긴 하지만 라 대표는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넘기고 종가를 올린 게 다르다"며 "엑시트(투자회수) 계획도 있지만, 회사 돈으로 물량을 다 받을 거라고 했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게끔 호가마다 매수금액을 걸어뒀다. 공매도 세력이나 외부 세력이 주가를 떨어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주식매매를 하는 중에 자금이 부족하면 범죄수익을 관리한 장모씨에게 운용할 수 있는 계좌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세조종할 수 있는 계좌가 얼마나 있냐고 장모씨에게 물어보면 답해줬다. 그럼 직원들에게 얼마에 몇 주 호가 쌓기 방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하자 변호인 측은 '시세조종', '호가 쌓기 방식'을 집요하게 물었다. 정확한 뜻을 인지하고 있고,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 다소 다르다고 본 것이다.

또한 박모씨가 '라 대표가 매수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고 한 진술에 "라 대표가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방법을 보여준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재판부는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두고 증인이랑 변호인이랑 필요 없이 싸우는 것 같다"며 "증인은 한 호가씩 올려서 매수하는 방법을 라덕연 피고인 방법이 보여줬다며 '호가쌓기 방식'을 매수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한 것 같다. 그게 시장가 매수나 직전체결가 매수는 아니다. 증인이 얘기한 것은 직전호가보다 사고 싶은 물량이 있을 때 매도가가 나온 게 있으면 한꺼번에 가격지정 안 하고 가격 지정하고 해서 일정 물량씩을 나눠서 매수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정리해서 박모씨에게 질문하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4월 23일 발생한 대규모 하한가 직전엔 투자자들 중에 손실을 본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모씨는 "직원들하고 투자자 중에 폭락사태 전에 손해봤다고 들어본 적은 없다"며 "투자자들은 되도록 많이 주식을 사달라고 했다. 정산된 금액 대부분을 재투자했다. 주식투자도 하고 비상장회사 지분 인수에도 썼지만 대부분 주식투자에 썼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9월 21일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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