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 2.2%로 낮춰…“가계부채 요주의”
석 달 만에 0.1%P 하향…“물가 상승률, 다시 3% 안팎 될 듯”
금리는 동결…부동산 대출 증가 등 이유 인상 여지 남겨둬
한국은행이 24일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1%포인트 하향해 2.2%로 낮췄다. 중국 경기 둔화를 반영한 것으로, 경기침체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로 5회 연속 동결했다. 다만 금통위는 긴축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방향,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 추이 등에 따라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통위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 0.5%까지 기준금리를 내린 뒤 2021년 8월 통화정책 정상화를 선언하고 금리 인상에 착수해 지난 1월까지 3.0%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금통위는 기준금리가 긴축 영역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지난 2·4·5·7월에 이어 5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일단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통위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은의 정책 목표인 물가와 금융 안정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것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이 모두 당분간 연 3.75%로의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첫 번째 이유는 잭슨홀 미팅이나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의 금리정책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그에 따라 물가 변동성도 같이 높아질 수 있어 대응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금 부동산 관계 대출이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이 금리가 안정돼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집값이 바닥이니 대출받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등이 나오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회피하는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경험 못해서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샀다면 조심하셔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연착륙이 제가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최근의 중국 경기 불안은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성장률을 흔들기보다 내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를 유지하고,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2%로 0.1%포인트 하향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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