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부 파견…정보기관으로 바뀌는 통일부
내부 ‘부정적 기류’ 급선회
북 정보분석 강화 현실 반영
통일부가 북한 정보분석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조직 내에 국가정보원 간부를 파견받는다. 핵심 기능인 남북 대화·교류·협력 조직을 해체 수준으로 통폐합하며 정보기관과 유사한 역할로 변모하는 통일부의 현실을 보여준다.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입법예고한 ‘통일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조직개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통일부 본연의 역할인 남북 대화·교류·협력 조직을 대폭 통폐합하고 북한 정보분석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통일부는 정보분석 역할을 맡아온 정세분석국 명칭을 정보분석국으로 바꾸며 정보분석국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받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정보 분야에서) 저변을 넓히고 정보에 조금 더 접근하기 위해 해당 정보기관(국정원)과도 인사 차원에서 어느 정도 교류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가 지난달 28일 조직개편안의 큰 틀을 발표하며 국정원 직원 파견에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지만 한 달 새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이 과거 통일부 보직을 맡은 사례는 2005년 정보분석국장직에 파견돼 1년간 근무한 것이 전부다.
파견 오는 국정원 직원의 직급과 역할 등이 일부 제시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장급 인사 정도로 정보기관에서 파견받을 예정”이라며 “기관 간 협력이나 연락, 소통, (정보)분석을 진행하는 분석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은 정보분석국에 신설될 정보조사협력과에 배치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조직개편 내용을 보면 통일부는 기존 정세분석국 내 북한정보공개센터장 명칭을 북한정보협력관으로 바꾸는 등 국내외 관계기관, 민간단체 등과의 정보협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통일부는 인사교류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국정원 간부급 직원을 파견받는 것은 상징적으로 여겨진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그간 북한 관련 부처라는 관계 속에서 정보 등을 교류해왔지만, 앞으로는 국정원 직원이 통일부 내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남북 대화·교류·협력 조직을 해체하며 정보기관에 가까운 역량을 강화하는 통일부의 달라진 현실을 보여준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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