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46만마리 폐사…이젠 판매 끊길까 걱정”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높은 수온으로 양식장 어류 폐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덮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7~23일 강도다리를 중심으로 양식어류 46만1236마리(3억1600만원어치)가 폐사했다. 어민들은 급격한 수온 상승과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 위축 때문에 양식어류 폐사 피해가 더 커졌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수산물 수요에 맞춰 양식 규모를 키웠는데 오염수 방류 문제가 불거지면서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는 것이다.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양식장 내 물고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밀집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물고기를 옮길 여유 공간이 없어 과밀 상태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어민들은 설명했다.
김현찬 포항시 어류양식협회장은 “판매가 안 되니 사료값은 더 드는데, 고기값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포항시 어류양식협회에 따르면 강도다리의 경우 이달 중순 300g당 1만2000~1만3000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7500~8000원에 팔리고 있다. 고등어 가격도 평소보다 10~20% 낮게 책정되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 강도다리·광어 양식장 매출이 지난해 초보다 최대 40%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정부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것이라는 계획이 나온 직후부터 양식장마다 매출이 30~40% 떨어진 것이다. 경북도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만큼 매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민들은 북동풍 영향으로 표층수온이 오르는 9월이 되면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10월은 되어야 수온이 낮아지는데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가 극단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돼서다. 30년 경력의 어민 김성락씨는 “팔지 못한 물고기들이 많아져 냉동실이 가득 찼다”며 “내일 경매장 나갈 생각만 하면 답답하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데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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